1. 시 전문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서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2. 정리
설날 아침에 | |
작가 | 김종길 |
주제 | 새해를 맞는 마음가짐 |
성격 | 주지적, 희망적, 긍정적 |
갈래 | 자유시 |
표현 | ㆍ평범한 시어와 간결하고 압축된 표현으로 건강한 삶의 자세를 표출함. ㆍ현실에 대한 긍정과 미래 지향적 삶의 태도. |
- 1 ~ 4연: 새해를 맞는 자세(꿈과 희망을 가지고 새해를 맞이함.)
- 5 ~ 8연: 새해 아침의 마음가짐(각박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함.)
- 9 ~ 11연: 새해를 맞는 자세(기쁨과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함.)
2.1. 풀이
- 추위 → 시련과 고통, 냉혹한 현실
-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 괴로움을 인내하고 새해를 긍정적이고 희망차게 맞자는 다짐.
- 따뜻한 한 잔 술과 /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 소박한 삶
- 그것도 푸지고 /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 안분지족[1]의 정신
-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
-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 고운 이빨을 보듯 →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기쁨과 반가움을 나타냄.[2]
3. 해설
이 시는 11연으로 된 주지적 서정시로 밝고 건강하고 건설적인 시상을 알기 쉬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열띤 감정이나 감상에 사로잡히지 않고, 혼돈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으면서 긍정적이고도 희망적인 인생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시로서 산뜻한 맛은 떨어지나 의미면에서 우리에게 삶의 깊이를 더하여 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설날, 새삼스럽게 인생살이의 각박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화자는 더 높은 이상의 실현을 위해 그것을 긍정적·희망적 삶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대로', '꿈도 좀',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등의 표현에서 설날의 추위와 같은 험난하고 각박한 세상을 슬기로 견뎌내는 여유 있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주어진 삶을 더 지혜롭게 영위하여 기쁨과 보람을 찾자는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작게는 한 가정의 어른으로서, 크게는 한 나라의 시인으로서 설날 아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1]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알고 넘치는 욕심을 내지 않으며 자신이 처한 처지를 파악하여 만족하며 살아간다.[2] 잇몸을 뚫고 나오는 어려움과 같은 삶의 고통을, 착함과 슬기로써 이겨내고 기쁨과 반가움을 맛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