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亡國臣한나라의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저서 설원(說苑)에 나오는 개념으로 '나라를 망친 신하'를 말하며 육사신(六邪臣)의 하나다.[1] 간신이나 반신이 나라를 쇠락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면 망국신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육사신 중에서 최악의 신하로 꼽힌다. 간신으로 인하여 나라가 망하게 되면 그는 망국신으로 취급하지만 반신은 이미 나라를 등졌기 때문에 망국신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2. 용어의 정확한 사용
사실 '망국신'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나라를 망하게 한 신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따르면 육사신의 정의를 설명하며 망국신이라는 용어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간사한 말로 임금에게 아첨하여 임금을 불의에 빠지도록 하고 당쟁에 쏠려 임금의 총명을 흐리게 하며 검고 흰 것의 구별이 없고 옳고 그름도 간격이 없어서 임금의 잘못을 경내에 퍼지게 하고 저 이웃 나라에까지 들리도록 하니, 이렇게 하는 자는 나라를 망치는 망국지신인 것이다.
성호사설 권제20 경사문 육정육사
성호사설 권제20 경사문 육정육사
즉 망국신이란 군주로 하여금 흑백(黑白) 시비(是非)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게 함으로서 그 악함이 나라 안팎에 널리 퍼지게 하는 신하를 말하는 것이로, 단순히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 망국신이라고 할 수 없고 나라의 주인의 총명을 흐리게 하고 국가의 잘못을 외국에 퍼뜨리는 등 최악의 정치를 하여 나라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간신이 바로 망국지신, 망국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망국신의 판단은 주관이 반영되기 쉬운 부분이므로 어느 정도 유의할 필요는 있다. 일단 망국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단순히 망국을 부른 신하라는 뜻이 아니라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사회 정의를 상실케 하며 국가의 내적, 외적 위신과 국가가 처한 상황을 모두 추락하게 하여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신하라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이므로 망국신이라는 용어 사용을 '나라를 망하게 한 신하의 용례'로만 쓰는것은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사용된 망국신이라는 단어의 용례는 2023년 대한민국의 정치인 이준석이 윤석열 대통령 휘하 최측근 윤핵관을 비판하면서 언급한 말인데, 이준석은 '육사신'(六邪臣)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육사신 중에서도 '머릿수만 채우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들이, 누군가를 해하고, 참소하면서, 아첨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고 사적인 패거리를 만든다'는 다섯 가지 해로운 유형을 모두 겸비한 신하가 여섯 번째 '망국신'이라고 강조하며, 윤핵관은 망국신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아무리 윤핵관이 문제가 있다고 한들 윤핵관 때문에 당장 대한민국이 망한 것도 아니므로, '나라를 망치는 신하'가 망국신이라는 것이지, '아예 망하게 했다'는 의미로만 망국신을 쓰는건 부적합한 용어 사용이라는 것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나라 하나가 망하는 데 신하 한 명이 전부 기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테고, 신하들이 망국에 기여한 지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는 하다. 게다가 나라 멸망에는 근본적 원인이 있고 직접적 원인이 있기 때문에 어느쪽을 더 크게 쳐줘야 할지 명백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나라 멸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소를 피하려다가 오히려 다른 멸망 요소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2] 이 부분에 대하여도 과연 나라 멸망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아니면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고 정상참작을 해야 할지 의견이 갈릴 수도 있다. 사실 진짜로 망국신들의 목록이 상대적으로 적은것도 신하 하나, 혹은 몇명 정도가 나라를 말아먹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극단적인 사례는 생각 외로 그리 많지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반대파를 간신이라도 매도하는 사례와 같이 망국신도 같은 용법으로 사용될 수 있음은 유의하여야 한다.
[1] 망국신을 제외한 다른 육사신의 개념을 설명하자면, 구신(具臣)은 관직에 안주하고 녹봉을 탐하며 공직은 돌보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신하, 유신(諛臣)은 군주에게 아부하여 군주의 눈과 귀만을 즐겁게 해주는 신하, 간신(姦臣)은 군주로 하여금 신하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게 하여 상벌(賞罰)을 적당치 않게 하고 임무를 잘못 맡기게 하는 신하, 참신(讒臣)이란 말과 글을 잘 꾸며 군주가 골육(骨肉)의 친척과 이반하게 하고 조정을 어지럽히는 신하, 적신(賊臣)이란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사사로이 당(黨)을 이루어 그 가문을 부유하게 하고 한편으로 군주의 명령을 마음대로 하는 자라고 한다.[2] 예를 들어 북송은 무인들의 권력과 입지를 약화시킨 결과 국방력의 저하로 이어졌다고 비판받지만, 한편으로 북송 이전의 오대십국 시절에는 무인들의 권력이 너무 강해서 정권을 쉽게쉽게 갈아버렸다. 그 외에도 황실 종친 권력의 강약, 중앙과 지방의 권력 균형 등도 전통적인 딜레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