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나이트 워커)

"동생들아, 조금만 기다리렴. 내가 다시 돌려놔 줄께."

구운동의 동남쪽에 위치한 검은 구름 구릉.

예로부터 중원에서 중죄를 지은 죄인들의 유배지였던 곳으로, 요괴가 창궐하여
사람이 살수 없다고 여겨, 구운동의 지도에서조차 표시하지 않고 있는 버려진 땅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사람은 살고 있었다. 그들은 매일같이 요괴들과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그런 검은 구름 구릉에도 평화의 시기가 잠시 찾아왔다.
담천세가라는 가문이 나타나 요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요괴를 토벌하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검은 구름 구릉에도 사람이 살 만한 마을들이 다수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린이 태어난 것도 이 시기였다. 그러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담천세가에 나타난 불세출의 기인, "만진"은 순식간에 담천세가의 힘을 몇 배로 키우더니,
이내 구운동 전체를 통일하고자 중원으로 진출하였다.
이로 인해 검은 구름 구릉은 요괴에 대한 경계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동안 담천세가에 억눌려 있던 요괴들은 이틈을 타 마을마다 대규모 침공을 시작하였다.
린의 마을도 이때 침공을 당했고, 린은 이때 부모님과 동생들을 잃었다.
그나마 결정적인 순간에 린에게 잠재되어 있던 힘이 개방되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전멸은
면할 수 있었다. 검은 구름 구릉에는 마을마다 수호신이 있었다. 수호신은 자신과 맺어진
인간을 통해 능력을 발현해야 하는데, 린이 바로 그런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린의 마을의 수호신인 여우신은 린을 거두어 산사에서 보살펴 주며 훈련을 시키고자 하였다.
린을 통해 마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린은 부모와 동생들을 모두 잃은 슬픔에 빠져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여우신은 할 수 없이 린에게서 가족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렸다.
그녀는 이때 이름마저 잊어버렸다.

여우신은 그녀에게 린(燐) 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여우신은 린으로 하여금 요괴들의 침공에 의해 고아가 된 아이들을 거두어 돌보게 했다.
바쁘게 산사를 돌보며 새로 생긴 동생들과 함께 지내자 린은 다시 안정을 찾아갔다.
여우신은 비로소 린을 훈련시키기 시작했다.
린은 몇 년간 여우신에게서 파마 궁술과 퇴마술을 비롯하여 요괴를 퇴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익혀갔다.
요괴들의 2차 침공은 갑자기 일어났다.
린은 여우신이 빙의된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으나, 마을은 폐허가 되었고,
그녀의 남은 동생들마저 요괴에 당하고 말았다.
여우신은 요괴화가 진행되고 있는 동생들을 린의 몸에 봉인하였다.
그러고는 린에게 말했다.
마을은 폐허가 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내가 지킬 것이 남아있지 않다.
'너도 마찬가지로구나. 떠나거라. 린. 세상으로 나가 동생들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