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서울 낫 소울 전혜진 단편소설 | |
장르 | 한국소설 |
저자 | 전혜진 |
출판사 | 우주라이크소설 |
출간 정보 | 2022.11.14 전자책 출간 |
분량 | 약 2.3만 자 |
독점 감상 |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926000002 |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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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작가 전혜진이 2022년 11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돌아가셨구나.
눈물이 날 것 같은 감정을 꾹 참은 채, 나는 어르신의 옷 단추를 서둘러 풀고, 왼쪽 옆구리와 오른쪽 가슴에 패드를 붙였다. AED가 심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심장 리듬을 분석합니다. 환자에게서 떨어져 주십시오.]
AE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참담한 기분으로 쓰러진 어르신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나를 지켜보는 이 동네 어르신들의 시선이 내 등짝을 마구 때리는 것만 같았다. 의사 선생님이라고 잘난 척하지 말고, 이 동네에 오자마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르신들에게 인사라도 드렸어야 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혼자만 맞으면서, 인터넷이 되네 안 되네 투덜거리며 학교 다닐 때 보던 책들을 펼쳐놓고 신선놀음하듯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이 동네 지리부터 공부했어야 했다. 어디라고 위치만 들어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이 동네를 빠삭하게 알고 있었어야 했다. 그러면 차를 끌고 올 수 있었을 텐데. 이장님이 끌고 다니는 탈탈거리는 경운기가 아니라. 그랬으면, 어쩌면 그랬으면 아주 돌아가시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을텐데. 그때 삐, 하는 소리와 함께 AED에서 검사 결과가 들려왔다.
[심장 박동이 없습니다. 제세동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맥박을 짚어본 그대로였다. 심장은 이미 멎어 있었고, 이제와서 AED로 전기충격을 준다 한들, 살려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남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했다.의사가 달려와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심박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전기충격을 주고.... 그 모든 일이 부질없는 위로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내 가슴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수동모드로 바꾸고 버튼을 눌렀다. AED가 이미 돌아가신 분의 심장을 향해 전류를 흘려보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사망 선고를 내릴 준비를 하면서.
"아이고... 되다."
그리고 잠시 후, 쓰러진 어르신의 입에서 분명한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앞니가 다 빠져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동시에 ADE에서, 냉정하고 잔인한 분석 결과가 돌아왔다.
[심장 박동이 없습니다. 제세동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낫 서울 낫 소울> 본문 중에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감정을 꾹 참은 채, 나는 어르신의 옷 단추를 서둘러 풀고, 왼쪽 옆구리와 오른쪽 가슴에 패드를 붙였다. AED가 심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심장 리듬을 분석합니다. 환자에게서 떨어져 주십시오.]
AE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참담한 기분으로 쓰러진 어르신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나를 지켜보는 이 동네 어르신들의 시선이 내 등짝을 마구 때리는 것만 같았다. 의사 선생님이라고 잘난 척하지 말고, 이 동네에 오자마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르신들에게 인사라도 드렸어야 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혼자만 맞으면서, 인터넷이 되네 안 되네 투덜거리며 학교 다닐 때 보던 책들을 펼쳐놓고 신선놀음하듯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이 동네 지리부터 공부했어야 했다. 어디라고 위치만 들어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이 동네를 빠삭하게 알고 있었어야 했다. 그러면 차를 끌고 올 수 있었을 텐데. 이장님이 끌고 다니는 탈탈거리는 경운기가 아니라. 그랬으면, 어쩌면 그랬으면 아주 돌아가시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을텐데. 그때 삐, 하는 소리와 함께 AED에서 검사 결과가 들려왔다.
[심장 박동이 없습니다. 제세동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맥박을 짚어본 그대로였다. 심장은 이미 멎어 있었고, 이제와서 AED로 전기충격을 준다 한들, 살려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남은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했다.의사가 달려와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심박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전기충격을 주고.... 그 모든 일이 부질없는 위로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내 가슴 속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수동모드로 바꾸고 버튼을 눌렀다. AED가 이미 돌아가신 분의 심장을 향해 전류를 흘려보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사망 선고를 내릴 준비를 하면서.
"아이고... 되다."
그리고 잠시 후, 쓰러진 어르신의 입에서 분명한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앞니가 다 빠져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동시에 ADE에서, 냉정하고 잔인한 분석 결과가 돌아왔다.
[심장 박동이 없습니다. 제세동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낫 서울 낫 소울>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