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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코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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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의 술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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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장판 표지
1. 개요2. 줄거리
2.1. 1부2.2. 2부
3. 드라마화

1. 개요

원제는 '夏子の酒'. 작가는 오제 아키라(Akira Oze, 尾瀨 あきら). 한국에는 1999년 12월부터 서울문화사에서 1부 전 12권, 2부 전 4권으로 '명가의 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었는데, 2011년 7월부터 '나츠코의 술'이라는 원제 그대로 학산문화사에서 애장판으로 재출간하고 있다.

사케에 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한 번쯤 읽어볼만한 내용이며, 쌀 농사에 대한 부분도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인공의 어장관리가 대박이다. 직원 부려먹기도 일품.

작중에 등장하는 양조장은 실제 니가타현 나가오카시(長岡市)에 소재한 구스미 주조(久須美酒造)라는 주조회사가 모델이다. 실제로도 해당 회사는 하술할 카메노오 품종 발굴을 주도한 회사이기도 하다. 또한 만화와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나츠코 이야기'(夏子物語)라는 술을 내놓았고, 지금까지도 팔고 있다.

2. 줄거리

2.1. 1부

도쿄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주인공 나츠코가 암으로 사망한 친오빠의 유지를 이어 환상의 쌀인 '다츠니시키'로 술을 빚는 이야기이다. 극 중 등장하는 다츠니시키는 카메노오(亀の尾)[1][2]라는 실제 쌀을 모델로 한 가상의 쌀이다.

술을 빚기 위해 전용 쌀을 재배하는 것부터, 술을 만드는 방법을 익히는 것, 그 와중에 여자를 천대시하는 전통 양조장의 노동자들과 농약과 기계식 농법에 익숙한 농부들과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스토리의 진행에 비해 실제 술을 빚게 되는 전개가 느려서, 한창 연재되던 시기엔 팬들 사이에서 "명가의 술 신간이 나왔다!" → "그럼 이제 술 담갔냐?" → "아니 이제 모내기 했어"(...) 같은 농담이 유행하곤 했다.

주인공인 나츠코의 이해 못 할 성격때문에 완독 욕구가 떨어지는데 술이 완성 되는 것은 보고 싶어서 억지로 읽게 되는 작품이다. 10권 쯤에서 이게 아주 심해지는데 이유를 설명하자면 나츠코가 완벽한 술의 완성을 위해 고집을 부리는 것은 그래도 완벽을 위한 천재의 광기 정도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사장님의 23살 낙하산 전무따님의 땡깡으로 밖에 안보이는 공장장 해고 발언같은 건 정말 견디기 힘들다. 심지어 뜻이 잘못 전달된 것도 아니고 나중에 진심으로 드러나는 장면에선 만화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욕구마저 든다. 느린 전개에 더불어 차근차근 쌓인 불만이 마구 터져 나오지만 술이 완성직전이라 참고 보는 수밖에 없는 작가의 악마적 설계에 눈물을 머금고 보는 수밖에 없다. 주인공이 발암인 작품에 내성이 없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는 작품이다.

참고로 작중에 자주 언급되는 “스플러“라는 자동차는 토요타 수프라의 오역이다.

2.2. 2부

본작품보다 더 재미난 외전
2부는 1부의 외전격 작품으로 원제는 奈津の藏(나츠의 술광).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쟁통에 남성들이 계속 징용되어 술을 빚을 장인들이 모자라게 되자 여성들이 당시의 금기를 깨고 술을 빚는다는 내용. 나츠코의 할머니인 나츠(奈津)가 주인공이다.

같은 마을의 양조장인 쿠로이와 주조에서 빚어내는 '복숭아 아가씨'는 1부 시점에서는 전통적 양조 방식이 아니라 별개의 알콜과 감미료, 화학 물질 등을 섞어 양을 불렸을 뿐만 아니라 술맛을 위해 쌀이 아니라 쌀 대신 도정해내고 버리는 쌀겨 부분을 기계를 이용해 화학적으로 당화시켜 술을 빚는 비양심적이고 천민 자본주의적인 '상품'이지만 과거인 2부 시점에서는 수상과 평점을 위해 술을 숯으로 걸러내는 일이 암묵적이지만 필수로 여겨지고 있던 시대였음에도 상을 못 받을지언정 어떤 잔재주 하나 부리지 않고 술맛 하나로 도전하겠다는 순수한 열의를 가진 선대 사장에 의해 뛰어난 미각을 지닌 주인공의 혀에도 최고의 술이라 여겨질만큼 장인 정신에 의해 빚어진 '예술품'이었다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정치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던 1부와 달리 갑자기 2부에 와서 과거 시간대를 다루는 부분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중일전쟁으로 만주에 출병하는 걸 나라에 충성한다고 하거나 만주의 평화를 지키러 나간다고 표현한다. 이후의 태평양 전쟁에서도 아시아권 인류의 보호나 사악한 미국에 대한 전쟁이라고 하는 당시의 일본 정서가 나온다.
그런데 이런 의견은 내용의 한 면만을 본 것이다. 주인공의 수양딸[3]이 학교에서 반전적인 글을 써서 부모가 소환되고 시아버지가 하나 남은 아들이 전사했다는 통지를 듣고 컴컴한 곳에서 혼자 천황폐하만세라며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모습이나 술광에 나무통을 납품하던 테상은 전쟁 후 돌아와서 PTSD로 객사를 하는 모습까지 그려내는 것을 보면 군국주의 찬양이라기보다 전쟁으로 파탄난 가정과 사회를 보여주는 기법이다.

작품 배경은 일본의 3~40년대이다. 당시 일본은 독재국가로 통제된 사회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그런식의 사고방식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지주출신 시골 양조장가로 10대에 시집와서 당시 만연한 일본의 군국주의 사회에 무비판적인 게 현실적이지 뚱딴지같이 작품주제에서 계몽된 지식인으로 재탄생하거나 그런 스토리를 쑤셔넣는 게 오히려 더 현실성이 떨어진다. 어쨌든 우리의 정서에선 일본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문제로 볼 여지는 있긴 한데, 작품 전체적으론 보수적인 시골 풍습에서 전쟁으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여성들이 출입이 금지된 양조장을 이어받는 내용이라 페미니즘 작품 내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한편 이 작가는 우익이라 한창 욕먹고 있을 때 산리즈카 전공투 투쟁을 옹호하는 입장의 우리마을 이야기를 그린 적도 있다.

이 이야기가 일본인들의 이야기라는 기본 전제 때문에 20세기 초 근대 문제와 제국주의 일본의 광기의 최대 희생자인 한국과 중국 등 식민지 피지배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왜 너희 일본인들이 아픈 척을 하느냐'라는 단순한 시각의 분노가 발생할 수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한편으로 서사 구조와 그 의도를 잘 살펴보면 한국과 중국의 식민지 피해자들을 다루지 않았을지언정 일본인의 입장에서 제국주의 일본과 침략 전쟁의 어리석음과 광신성을 묘사하고 그로부터 발생한 슬픔과 분노를 홀로 남겨진 여성들의 입장에서 잘 그려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편견 없이 잘 이해하였을 때에 볼 수 있는 작품의 진면모라 할 수 있다.

이 만화를 비롯해 상기의 설명처럼 전공투 투쟁을 당사자와 농민의 입장에서 그려낸 우리 마을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작가인 오제 아키라는 우익이 아니라 도리어 일본 우익으로부터 좌익이라 비난 받을 정도의 작품을 꾸준히 그려온 작가 정신을 지닌 셈. '멸사봉공의 황군 정신'을 지니고 싸우다 죽으면 영광스러울 것이다, 이기고 돌아오라, 말하는 노인과 결국 죽지는 않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와 '용맹스럽게 중국놈들을 많이 죽였느냐'라는 노인의 질문에 흙빛이 된 얼굴로 '예에...죽였습니다 많이...'라고 말을 흘리는 젊은 장인이 전쟁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술에 빠져 시름시름 시들어가다 결국 허망하게 목숨을 잃기도 한다.

전쟁으로 인해 불황이 이어져 식량은 귀해지고 기술을 이어 받고 가정을 먹여살릴 젊은 남자들은 징병되어 전선으로 차출당해 마을에는 여자와 노인들 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양조장의 젊은 주인은 눈을 빛내며 낙후된 마을에 전기를 들여 마을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동시에 전기로 가동되는 도정 기계를 들여 값비싸진 쌀을 4할에서 5할이나 깎아내 술맛을 끌어올리려 하는 심미적인 열정과 노력, 그럼에도 징병당해 전사한 젊은 주인을 대신해 그 아내가 여성이라는 금기를 깨고 스스로는 물론이며 부족한 일손을 대신해 여자들의 손으로 남편의 꿈인 좋은 술을 빚어내고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희생하며 폐업을 명령하는 국가의 명령에도 저항하는 모습들은 전체주의 국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면서 성스럽다고 꾸미고 세뇌하는 제국의 프로파간다로 점철된 침략 전쟁 따위보다 인간의 삶과 문화야말로 값진 것이라 말하는 것임에 이견을 달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이 그려지고 발표된 8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면 오제 아키라의 안목과 용기가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일본 본토가 총력전에 접어들기 이전부터 고혈을 착취당한 조선인들과 식민지 문제 등을 더 넓은 견지에서 언급하거나 다루어주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 독자들은 '아쉬움'을 말할 수는 있지만 이 작품과 작가가 우익적이다라고 말하고 '비난'한다는 것은 작품을 오독한 것이다.

3. 드라마화

1994년 1월 12일부터 3월 23일까지 동명의 제목으로 후지TV에서 드라마 방영된 적이 있으며, 평균 시청율은 14.7%이었다. 와쿠이 에미(和久井映見)라는 여배우가 나츠코 역을 맡았다.

오프닝곡은 구마가이 사치코(熊谷幸子)가 부른 '바람과 구름과 나'(風と雲と私)이다.


[1] 카메노오는 본래 사케를 주조하는데 쓰이는 쌀로서 1900년대 중반 이후 개량품종 쌀에 밀려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몇몇 양조업자들의 노력에 의해 1980년대에 부활하게 된다. 야성적인 맛이 특징.[2] 亀の翁는 亀の尾로 빚어낸 제품의 이름이고, 쌀이름은 亀の尾가 맞는 표기.[3] 정확히는 시아주버니의 딸로 시아주버니가 돌아가시자 남편이 키우게 된 아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