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3 12:40:42

고르 연대기

1. 개요2. 평가3. 여담

1. 개요

존 노르만의 SF 모험 소설. 지구와 환경이 유사한 고르라는 외계행성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1966년부터 2013년까지 총 33편이 출간됐고, 1980년대 영화화도 되었다. 에로영화는 아니고 20세기 지구에 사는 남성이 마법으로 고르로 건너가 전사로 거듭나는 B급 히로익 판타지인데 저예산이고 작품성도 낮다.

화성의 공주코난 더 바바리안에 에로를 버무렸다고 할 수 있는데 철저한 남존여비 사회로 남성에게 성적 쾌락과 노동력을 제공하는 여성노예들이 존재하며(고르어로는 카지라kajira라고 한다), 여성 노예들은 고깃조각, 화장품 한 개를 얻기 위해 남성에게 온갖 아양과 성적 향략를 제공하려 애쓴다. 고르인들과 지구인의 신체구조가 동일해 간간히 지구인들을 납치해 노예로 삼는다. 어린 시절부터 대상을 정해놓고 감시하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납치해 간다는 설정.

고르의 여성 전부가 노예인 것은 아니며 여성 노예들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남성 노예도 엄연히 존재하며 다 벗겨져 여성 노예들에게 놀림받는 이들의 대우는 여성 노예와 차이가 없다. 그리고 자유민이거나 고위 계급 여성도 존재하는데 고위 계급 여성은 노예상인들조차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막이 취약해서 자유민 여성들은 나들이 한번 갈때도 남편에게 꼬박꼬박 보고를 해야 할 정도로 생활에 제약이 심하며 고위층 여성들도 남성의 금전적 문제로 팔리거나 납치당해 노예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 남성의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여성들은 본래 노예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도망을 기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 남성의 통제를 받지 않고 숲속에서 살아가는 표범부족이란 여전사 집단도 존재한다. 표범부족은 약탈과 수렵으로 생활하며 남성을 납치해 성노리개로 가지고 놀거나 의뢰를 받고 여성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넘기기도 한다.

세계관 자체가 인상적이라서 시리즈도 길고 은근히 매니아들이 많긴 한데 정작 소설은 설정만 야하지 내용은 전혀 야하지 않다.노출에 자유로운 아프간 같던데 지금 기준으로 갈 것까지 없고 동시기 나온 관능소설들이나 성인잡지들하고 비교해도 하나도 야하지 않다. 노예를 훈련시키는 장면이나 성교 장면을 묘사하는게 아니라 그냥 훈련을 받았다. 잠자리를 가졌다 식으로 짧게 설명하고 넘기기 때문이다. 특히 시리즈 2권 <고르의 암살자>같이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여자 노예들은 배경이고 코난 사가처럼 마초 주인공의 모험을 다룬 히로익 판타지다.

대한민국에서는 시리즈 중 2권이 발매되었으나 절판된지 수십년이 지났다.

70~90년대까지 각종 장르 소설을 꾸준히 발매한 모음사에서 출간했는데 시리즈 2권 <고르의 암살자(Assassin of Gor)>가 '노예들의 축제'라는 제목으로 1978년 출간되고 시리즈 5권 <고르의 포로(Captive of Gor)>가 1979년 '지구에서 온 여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지구에서 온 여자는 1994년 '데칼코마니A'라는 제목으로 등불 출판사에서 동일한 번역으로 재출간했다.

중고매물 구할 정도로 귀한 책은 아니지만 중고현황을 살펴보면 쥐꼬리만큼이나마 야한 장면이 나오는<고르의 포로>는 80년대까지 재간이 이뤄지고 90년대 출판사 바꿔 한번 더 나와서 상태 괜찮은 중고매물을 구할 수 있지만 <고르의 암살자>는 일본식 제책에 세로 읽기로 나온 구형 판본밖에 없다. <고르의 암살자>는 고르 태생 암살자 쿠르스의 모험담으로 주인공이 벌이는 잠입, 격투, 검투, 경주 등이 메인이지 에로틱한 요소는 일절 없다. <고르의 포로>는 잘나가던 모델이던 지구인 여주인공이 고르인들에게 납치당해 고르에서 성노예로 조련받으며 험한 꼴을 당하다 거대한 도적떼를 이끄는 영주에게 진심으로 복종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 다른 곳에 팔려갔던 주인공을 영주가 다시 데려가는데 단 한번도 노예를 돈 주고 산 적이 없는 영주가 돈주머니를 남기고 간다.

2. 평가

이 시리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서양판 노루표 무협지. 야만 세계를 여행하는 SF, 모험소설. 전형적인 펄프 픽션으로 세계관이 강렬해서 그렇지 내용은 이세계에서 모험하는 흔한 이야기다. 전술했듯이 야한 이야기의 비중은 적고 잘 쓰지도 못한다. 여자 노예를 주인공으로 삼은 <고르의 포로>같은 작품조차 성교는 마지막에나 대충 묘사된다.

페미니즘을 작정하고 풍자하고 패러디해서, 정치적 올바름의 입김이 강해진 이후 악명이 높아졌는데 실상 인터넷 10분만 뒤져도 이거보다 비교도 안되게 센 소설 100개도 넘게 찾을 수 있다. 어디 야설 사이트 말고 아마존이나 구글에서 돈받고 판매하는 작품들 중에서. 현대 에로 컨텐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좀 하품이 나올 정도로 수위가 낮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1960~70년대 서양 기준으로도 적나라한 묘사랄게 없다.

3. 여담

저자인 존 노르만은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로 뉴욕 퀸즈 칼리지 교수를 지냈다. 배우신 분이 쓴 노루표 무협지

서양에선 고르식 여성 복장을 만들어 팔 정도로 상당히 히트한 작품이라서 고르 컨셉을 적용한 SM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고리안(Gorean)이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는 실제로 고리안 모임에서 여성을 노예처럼 부리다가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