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3-25 21:05:00

고전 그리스어/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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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기호와 서법
2.1. 발음 구별 기호 및 악센트 규칙2.2. 그 외 기호
3. 명사4. 형용사5. 동사

1. 개요

고전 그리스어의 문법을 정리한 페이지이다.

2. 기호와 서법

고전 그리스어 문자에는 발음 구별 기호, 숨표 등 여러 가지 기호들이 붙을 수 있다. 고전 그리스어가 입말로 쓰이던 시기에는 이러한 기호들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가독성 등 문제로 각종 기호들이 추가되었다. 고전 그리스어로 쓰인 오래된 금석문이나 필사본들은 전부 대문자만 사용할뿐더러, 후대에 추가된 발음 구별 기호, 숨표 등 기호들이 일절 없다. 게다가 띄어쓰기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한술 더 떠서 더 오래된 문헌들은 좌우교대서법으로 작성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면 현대의 독자들은 뇌내보정으로 기호 붙이고 띄어쓰기 하고 왼쪽 오른쪽을 매 줄마다 바꿔가며 읽어야 한다.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1024px-Crete_-_law_of_Gortyn_-_boustrophedon.jpg

위 사진이 그 대표적인 예로, 전부 대문자로만 쓰면서[1] 띄어쓰기와 문장기호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좌우교대서법까지 적용하여 글을 새긴 비문이다. 이 비석은 호메로스니 뭐니 하는 상고 그리스 시절이 아니라 '고전 그리스 문화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기원전 5세기에 건립되었다. 헬레니즘 제국 이전에는 이런 식으로 적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2.1. 발음 구별 기호 및 악센트 규칙

발음 구별 기호는 어큐트(acute, ´ 오른쪽 위로 삐침), 그라브(grave, ` 왼쪽 위로 삐침), 서컴플렉스(circumflex, ^ 반원 모양[2])가 있다. 단어의 음절 중 맨 마지막 음절을 얼티마(ultima), 뒤에서 두 번째를 페널트(penult), 뒤에서 세 번째를 안티페널트(antepenult)라고 하는데, 그리스어에서 발음 구별 기호들은 단어의 뒤쪽 세 음절 중 하나에 붙는다.
  • 뒤에서 세 번째 음절에는 맨 마지막 음절이 단모음일 때만 어큐트가 올 수 있다.(e.g. μέλιττα, 꿀벌)
  • 뒤에서 두 번째 음절에는 어큐트와 서컴플렉스가 올 수 있는데, 맨 마지막 음절이 단모음이고 뒤에서 두 번째 음절은 장모음일 때만 서컴플렉스가 온다.[3](e.g. οἶκος, 집)
  • 마지막 음절에는 어큐트와 서컴플렉스가 올 수 있고, 단어 뒤에 또다른 단어가 이어질 경우 어큐트가 그레이브로 바뀐다.(e.g. καλός, 아름다운. καλς οἶκος, 아름다운 집)

격변화 등으로 단어 형태가 바뀔 때 발음 구별 기호가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μέλιττα 가 격변화하면 μελίττης 가 되는데, 마지막 음절이 장모음(η)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발음 구별 기호가 한 칸 뒤로 이동한다. 또 οἶκος 가 격변화하면 οἴκου 가 되면서 마지막 음절이 장모음(ου)이 되어 서컴플렉스가 어큐트로 바뀐다.

물론 예외도 있다. πόλις (도시)가 격변화하면 πόλεως 가 되는데, 마지막 음절이 장모음(ω)인데도 어큐트가 뒤로 이동하지 않는다[4]. 그리고 전접어, 후접어(enclitic, proclitic)라는 게 있는데, 얘네들은 앞뒤 단어의 발음 구별 기호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단어가 모음으로 시작할 경우 숨표(breathing mark)가 붙는다. ᾿ (smooth breathing, 꼬리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삐침)은 원래 모음 그대로 발음되고, ῾ (rough breathing, 꼬리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삐침)은 모음에 h 발음을 넣어 발음한다. 그래서 φροδίτη 는 '아프로디테', ρμῆς 는 '헤르메스' 라고 읽는다.[5]

2.2. 그 외 기호

모음 밑에 이오타(ι)가 붙는 경우가 있다 (ᾳ ῃ ῳ)이를 이오타 서브스크립트(iota subscript) 혹은 이오타 하기(iota 下記)라고 한다. 어떤 판본에서는 ᾱι, ηι, ωι와 같이 이오타를 떼어 쓰기도 하며, 이 경우는 iota adscriptum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앗티케 그리스어에서 /aːi̯/, /ɛːi̯/, /ɔːi̯/와 같이 뒤에 짧은 '이' 반모음이 나타났으나, 이 반모음은 코이네 그리스어에서 소실되었다. 그리고 이런 문자를 대문자로 쓸 때는 이오타를 떼어서 원래 문자 옆에 쓴다. 즉 ᾳ 를 대문자로 쓰면 ΑΙ 가 된다.

그리고 드물게 쓰이는 기호로 모음 위에 붙는 ¨ (독일어의 움라우트처럼 생긴) 가 있다. 두 개의 모음이 연결되어 이중모음을 만들어 하나의 발음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붙으면 연결된 두 모음을 따로따로 발음하라는 뜻이다.[6] 그리고 모음 위에 작대기 ¯ 가 붙으면, 그 모음을 장모음으로 발음하라는 뜻이다.

그 외의 특이한 점으로는, 문장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지 않는다 (단 고유명사의 첫 글자는 대문자로 쓴다). 그리고 물음표? 대신 콜론 ; 비슷한 기호를 사용한다.

그리스 알파벳 입력 및 고전 발음 변환은 여기에서 해볼 수 있다.

또한 고전 그리스어에는 장단음이 있었는데, α, ι, υ 세 모음에서는 장음을 명시적으로 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어로 적힌 수많은 운문 덕분에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세 모음의 장단을 알아낼 수 있었고, 현대에 출판되는 일부 고전 그리스어 교재에도 이 모음들의 장단을 표시한다.

3. 명사

고전 그리스어/문법/명사 참조.

4. 형용사

수식하는 명사의 성, 수, 격에 따라 형용사도 변화한다. 명사의 격변화와 비슷한 형태다.
단수복수
호격주격대격속격여격호격주격대격속격여격
남성-ος-ον-ου-ῳ-οι-ους-ων-οις
중성-ον
여성-ᾱ η-ᾱν ην-ᾱς ης-ᾳ ῃ-αι-ᾱς-αις

예: μακρός, 큰, 긴
단수 호격주격대격속격여격복수 호격주격대격속격여격
남성μακρέμακρόςμακρόνμακροῦμακρῷμακροίμακρούςμακρῶνμακροῖς
중성μακρόνμακρά
여성μακρᾱμακρᾱνμακρᾶςμακρᾷμακραίμακρᾱςμακραῖς

위 표는 1, 2변화하는 형용사의 경우고, 3변화의 경우는 명사 3변화처럼 어근에 따라 다르게 변한다. 또한 당연히 불규칙 변화도 있다.

또한 형용사는 원급, 비교급, 최상급이 있다. 단수 주격 기준 다음과 같은 어미를 붙인다.
남성여성중성
비교급-τερος-τέρᾱ-τερον
최상급-τατος-τάτη-τατον

예: μῑκρός, 작은
남성여성중성
원급μῑκρόςμῑκράμῑκρόν
비교급μῑκρότεροςμῑκροτέρᾱμῑκρότερον
최상급μῑκρότατοςμῑκροτάτημῑκρότατον

물론 불규칙 변화도 있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5. 동사

고전 그리스어의 동사는 고전 언어들 중에서도 매우 굴절이 심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7] 백문이 불여일견, 일단 직접 보도록 하자.

λύω (풀다) 동사[8]를 예로 들어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출처는 마찬가지로 위키피디아. 더 세부적인 굴절 표

• 현재 시제 능동태 ‒ λύω[ῡ]
||수||인칭|| 직설법 || 접속법 || 희구법 || 명령법 ||
1 λύω λύοιμι
2λύειςλύῃςλύοιςλῦε
3λύειλύῃλύοιλυέτω
2λύετονλύητονλύοιτονλύετον
3λυοίτηνλυέτων
1λύομενλύωμενλύοιμεν
2λύετελύητελύοιτελύετε
3λύουσι(ν)λύωσι(ν)λύοιενλυόντων
부정사 분사
남성 여성 중성
λύειν λύων λύουσα λῦον

• 현재 시제 중간·수동태 ‒ λύομαι[ῡ]
||수||인칭|| 직설법 || 접속법 || 희구법 || 명령법 ||
1λύομαιλύωμαιλυοίμην
2λύῃ/λύειλύῃλύοιολύου
3λύεταιλύηταιλύοιτολυέσθω
2λύεσθονλύησθονλύοισθονλύεσθον
3λυοίσθηνλυέσθων
1λυόμεθαλυώμεθαλυοίμεθα
2λύεσθελύησθελύοισθελύεσθε
3λύονταιλύωνταιλύοιντολυἐσθων
부정사 분사
남성 여성 중성
λύεσθαι λυόμενος λυομένη λυόμενον


• 미완료 시제 ‒ ἔλυον, ἐλυόμην[ῡ]
미완료 시제는 직설법만 있으며, 부정사나 분사를 가지지 않는다.
||<|2>수||<|2>인칭||<-2> 직설법 ||
능동태 중간·수동태
1ἔλυονἐλυόμην
2ἔλυεςἐλύου
3ἔλυε(ν)ἐλύετο
2ἐλύετονἐλύεσθον
3ἐλυέτηνἐλυέσθην
1ἐλύομενἐλυόμεθα
2ἐλύετεἐλύεσθε
3ἔλυονἐλύοντο


• 미래 시제 능동태 ‒ λύσω[ῡ]
||수||인칭||<-2> 직설법 ||<-2> 희구법 ||
1λύσωλύσοιμι
2λύσειςλύσοις
3λύσειλύσοι
2λύσετονλύσοιτον
3λυσοίτην
1λύσομενλύσοιμεν
2λύσετελύσοιτε
3λύσουσι(ν)λύσοιεν
부정사 분사
남성 여성 중성
λύσειν λύσων λύσουσα λῦσον

• 미래 시제 중간태 ‒ λύσομαι[ῡ]
||수||인칭||<-2> 직설법 ||<-2> 희구법 ||
1λύσομαιλυσοίμην
2λύσῃ/λύσειλύσοιο
3λύσεταιλύσοιτο
2λύσεσθονλύσοισθον
3λυσοίσθην
1λυσόμεθαλυσοίμεθα
2λύσεσθελύσοισθε
3λύσονταιλύσοιντο
부정사 분사
남성 여성 중성
λύσεσθαι λυσόμενος λυσομένη λυσόμενον

• 미래 시제 수동태 ‒ λυθήσομαι[ῠ]
||수||인칭||<-2> 직설법 ||<-2> 희구법 ||
1λυθήσομαιλυθησοίμην
2λυθήσῃ/λυθήσειλυθήσοιο
3λυθήσεταιλυθήσοιτο
2λυθήσεσθονλυθήσοισθον
3λυθησοίσθην
1λυθησόμεθαλυθησοίμεθα
2λυθήσεσθελυθήσοισθε
3λυθήσονταιλυθήσοιντο
부정사 분사
남성 여성 중성
λυθήσεσθαι λυθησόμενος λυθησομένη λυθησόμενον


• 제1 무정 시제 능동태 ‒ ἐλυσα[ῡ]
||수||인칭|| 직설법 || 접속법 || 희구법 || 명령법 ||
1ἔλυσαλυσωλύσαιμι
2ἔλυσαςλύσῃςλύσειας
λύσαις
λῦσαι
3ἔλυσε(ν)λύσῃλύσειε(ν)
λύσαι
λυσάτω
2ἐλύσατονλύσητονλύσαιτονλύσατον
3ἐλυσάτηνλυσαίτηνλυσάτων
1ἐλύσαμενλύσωμενλύσαιμεν
2ἐλύσατελύσητελύσαιτελύσατε
3ἐλυσανλύσωσι(ν)λύσειαν
λύσαιεν
λυσάντων
부정사 분사
남성 여성 중성
λῦσαι λύσᾱς λύσᾱσα λῦσαν



먼저 능동태 기준으로 시제별 어간은 다음과 같다.
시제 강조 반복[9] 어간(원형) 상 표지 최종 형태
현재
미완료
(ἐ)[10] λύ (ἐ)λύ-
미래
부정과거
(ἐ)[11] λύ σ (ἐ)λύσ-
미래(수동태) λυ θήσ λυθήσ-
부정과거(수동태) (ἐ)[12] λυ θ (ἐ)λυθ-
완료
과거완료
(ἐ)[13] λέ λυ (κ)[14] λέλυ(κ)-
미래완료(중간, 수동태) λε λύ σ λελύσ-
위와 같이 만들어진 어간에 다음과 같은 어미를 결합해 굴절된 동사를 생산한다.
현재, 미래미완료, 불규칙 부정과거부정과거완료과거완료미래완료
직설법
-εις
-ει
-ομεν
-ετε
-ουσι
-ον
-ες

-ομεν
-ετε
-ον

-ας

-αμεν
-ατε
-αν

-ας

-αμεν
-ατε
-ασι
-ειν
-εις
-ει
-εμεν
-ετε
-εσαν
완료분사+εἰμί 미래시제
접속법
-ῃς
-ῃ
-ωμεν
-ητε
-ωσι
완료분사+εἰμί 현재시제
기원법-οιμι
-οις
-οι
-οιμεν
-οιτε
-οιεν
-αιμι
-αις
-αι
-αιμεν
-αιτε
-αιεν
명령형.

-έτω
.
-ετε
-όντων/-έτωσαν
.
-ον
-άτω
.
-ατε
-άντων/-άτωσαν
부정형-ειν-αι-έναι
분사[15]-ων
-ουσα
-ον
-ας
-ασα
-αν
-ώς
-υῖα
-ός
참고로 쌍수형이 생략된 표이고, 능동태만 나와 있다. 중간태와 수동태에 해당하는 표가 또 있는데 다음과 같다.
현재, 미래, 미래완료미완료, 불규칙 부정과거(중간태)부정과거(중간태)부정과거(수동태)완료과거완료
직설법-ομαι
-ῃ/-ει
-εται
-όμεθα
-εσθε
-ονται
-όμην
-ου
-ετο
-όμεθα
-εσθε
-οντο
-άμην

-ατο
-άμεθα
-ασθε
-αντο
-ην
-ης

-ημεν
-ητε
-ησαν
-μαι
-σαι
-ται
-μεθα
-σθε
-νται
-μην
-σο
-το
-μεθα
-σθε
-ντο
접속법-ωμαι
-ῃ
-ηται
-ώμεθα
-ησθε
-ωνται
-ῶ
-ῇς
-ῇ
-ῶμεν
-ῆτε
-ῶσι
완료분사+εἰμί 현재시제
기원법-οίμην
-οιο
-οιτο
-οίμεθα
-οισθε
-οιντο
-αίμην
-αιο
-αιτο
-αίμεθα
-αισθε
-αιντο
-είην
-είης
-είη
-είημεν/-εῖμεν
-είητε/-εῖτε
-είησαν/-εῖεν
명령형
-ου
-έσθω

-εσθε
-έσθων/-έσθωσαν

-αι
-άσθω

-ασθε
-άσθων/-άσθωσαν

-ητι
-ήτω

-ητε
-έντων/-ήτωσαν

-σο
-σθω

-σθε
-σθων/-σθωσαν
부정형-εσθαι-ασθαι-ῆναι-σθαι
분사[16]-όμενος
-ομένη
-όμενον
-άμενος
-αμένη
-άμενον
-είς
-εῖσα
-έν
-μένος
-μένη
-μένον
동사의 어간에 따라 모음 축약(contract)이 일어나기도 하고, 위 동사와 다른 형태로 변화하기도 하고, 불규칙 변화도 있고... 헬게이트가 열린다. 물론 위에서 보면 알겠듯이 완전히 제각각으로 다른 게 아니라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변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중간태와 수동태는 미래시제와 부정과거시제를 제외하면 굴절이 동일하기 때문에 요령만 터득하면 외워야 될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리고 평서문을 제외한 완료시제와 미래완료시제의 경우 모두 고전 그리스어의 be동사에 해당하는 εἰμί의 현재/미래형 변이에 완료분사를 결합해서 만드는데 그 굴절은 다음과 같다.
현재미완료미래
평서법εἰμί
εἶ
ἐστί(ν)
ἐσμέν
ἐστέ
εἰσί(ν)
᾿-+부정과거시제 수동태ἔσ-+미래시제 중간태
접속법᾿-+부정과거시제 수동태
희구법
명령법
ἴσθι
ἔστω

ἔστε
ἔστων/ὄντων/ἔστωσαν
부정법εἶναι
분사ὤν
οὖσα
ὄν

보통 어지간한 고전 그리스어 문법 서적이나 강의에서 동사 파트만 전체 분량의 절반을 넘게 할애할 정도로 복잡하고 난해한 부분이라 이 페이지에선 다 설명할 수 없지만, 개략적인 부분만 짚고 넘어가자면 다음과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그리스어의 동사는 주어의 인칭과 수에 따라 어미가 변화한다. 쌍수 명사를 주어로 받는 경우는 전용 변화형이 있긴 하지만, 쌍수 자체가 거의 쓰이지 않아서 딱히 몰라도 된다.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동사 굴절 속에서도 수와 인칭으로 인한 변화는 꽤나 규칙적인 편.

그리스어 동사의 시제(tense)는 다른 언어들과 비슷하게 현재, 현재완료, 미래, 미완료, 미래완료, 과거완료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아오리스트(Aorist)라고 불리는 특이한 시제가 존재한다. 흔히 단순히 '과거' 혹은 '단순과거' 시제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인 과거 시제와는 의미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어서 적절치 못한 번역명이라 할 수 있다. 동작이 일어난 시간이 순간적이고 확정적인, 어느 고정된 한 시점일 경우 아니면 단순히 동작 그 자체를 강조할 때 아오리스트를 사용한다고 보면 얼추 맞다.

그리스어 동사의 (voice)는 능동태와 수동태, 그리고 동사의 행위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옴을 뜻하는 중간태(middle voice)가 있다[17]. 위에서 말했듯이 수동태와 중간태는 변화형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한 쪽만 외우면 나머지 한 쪽을 외우는 데는 금방 걸린다.

그리스어 동사의 서법(mood)은 영어에서도 익숙한 직설법과 명령법, 그 외에 접속법, 기원법(optative)이 있다. 접속법은 프랑스어 등의 로망스어라틴어를 공부해본 적이 있으면 익숙할 테지만, 문제는 기원법. 접속법과 의미상으로 거의 동일하고 뉘앙스만 조금 다른 수준이기 때문에[18]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꽤나 걸린다. 문법 교재 등에서는 주로 '기원법은 접속법에 비해 '덜 뚜렷한(less vivid)' 상황을 표현하는 서법' 등으로 표현된다. 또 종속절(조건절, 간접화법 등)에서는 종종 기원법 대신 과거 시제가 쓰이기도 한다.

그 외에도 동사를 '명사화'시키는 부정형[19], 분사도 있다. 이 둘의 의미 상의 차이는 크게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문법적인 활용법에서 차이가 난다.

고전 그리스어 동사 변화 중에 눈에 띄는 특이점 중 하나는 완료형(과거완료, 현재완료, 미래완료) 시제 변화에서 동사의 어두에 중첩(Reduplication)을 가하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동사의 첫 어절을 어두에 특정한 규칙에 따라 반복해서 쓰는 것이다.[20] 위 동사 변화표에서도 완료 부분을 유심히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언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생소한 개념이지만, 의외로 부각이 안 돼서 그렇지 라틴어에도 완료형에서 중첩 현상이 나타나는 동사가 꽤 많다. 예를 들어 '달리다'라는 뜻인 라틴어 동사 curro는 능동 직설법 현재완료 1인칭 단수형이 cucurri, '요구하다'라는 뜻인 라틴어 동사 posco는 능동 직설법 현재완료 1인칭 단수형이 poposci이다. 이처럼 음절이 완전히 중첩되지 않더라도 동일한 자음이 첫 한두 음절에 거듭되는 경우는 더 많다. 가령 '노래하다'라는 뜻은 cano는 능동 직설법 현재완료 1인칭 단수형이 cecini이다.

이렇게 동사 변화가 복잡하기 때문에 사전 등에는 동사의 1인칭 단수 직설법 능동 현재형을 표제어로 싣되, 능동미래∙과거∙완료∙중간/수동태 완료∙수동태 과거 등 6가지 형태를 동사의 으뜸꼴(principal parts)로 제시한다.[21] 다르게 말하면, 고전 그리스어 동사가 굴절하는 기본적인 전체 형태가 머리에 확실히 박힌 사람이더라도, 동사 한 단어당 최소한 6가지 으뜸꼴을 외워야 비로소 그 동사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 ἀγγέλλω, 전하다
능동 현재능동 미래능동 과거능동 완료중간/수동태 완료수동태 과거
ἀγγέλλωἀγγελῶἤγγειλαἤγγελκαἤγγελμαιἠγγέλθην

동사가 변화할 때 어두와 어미뿐 아니라 어근이 통째로 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렇게 제시된 주요 변화형을 전부 보아야 다른 변화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대략 알 수 있게 된다.[22] 예를 들면 ἐσθίω (먹다) 동사의 과거형은 ἔφαγον 으로, 어근 자체가 완전히 뜬금없이 변한다. 영어의 go-went 변화처럼. 주로 이런 단어들은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각각 다른 어원을 가지고 있는 여러 단어가 하나의 단어로 합쳐지면서 각각의 굴절을 일부 남겨놓는 경우가 많다. 어느 언어에서나 외국인 학습자라면 이런 불규칙 변화 동사를 외우긴 싫겠지만, 이런 단어들은 매우 많이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반드시 외워야 한다.


[1] 당시에 소문자는 존재하지 않았다.[2] 글꼴에 따라 물결 모앙 ~ 으로 쓰이기도 한다.[3] 뒤에서 두 번째 음절이 장모음인데 어큐트가 오는 것은, 마지막 모음이 장모음임을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4] 이 단어의 고어 형태가 πόληος로, 본래 ultima 자리에 단모음이 왔기 때문이다.[5] 오늘날 그리스어에는 /h/ 발음이 없지만 고전 그리스어가 쓰였던 시절에는 방언에 따라 이 /h/발음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했다. 특히 고전 그리스 서부에서는 에타(Η)를 /h/ 발음에 썼지만 동부에서는 오늘날 그리스어처럼 모음에 썼다. 그리스 문자는 동부식으로 통일되어갔고 이 때 /h/ 발음의 유무를 나타내기 위해 저 기호들이 붙기 시작했다.[6] 프랑스어의 트레마(tréma)와 같다.[7] 역사적으로 인도유럽어족 언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의 언어에서 새로 파생되어 나올수록 문법체계가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다. '초기 언어'라고 볼 수 있는 라틴어, (고대)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등은 후대의 언어보다 더 복잡한 문법 양상을 보인다. 인도유럽어족이 아닌 한국어도 과거에 문법이 더 복잡했다.[8] 이 동사는 예외 사항 없이 규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동사 활용의 예로 자주 쓰인다.[9] 어간의 첫 자음+ε라서 동사마다 다르다.[10] 미완료 평서법에서만 사용[11] 부정과거 평서법에서만 사용[12] 평서법에서만 사용[13] 과거완료 평서법에서만 사용[14] 능동태에서만 사용[15] 기본적으로 형용사이기 때문에 성과 수에 맞춰서 적용된다. 예를 들어 남성 완료분사 -ώς(단수 주격과 호격을 제외하면 어간이 -ότ-인 3변화 명사)의 경우 완료시제 복수형의 서술부에서 -ότες로 쓰여진다.[16] 능동형과 마찬가지로 성과 수에 영향을 받는다. 남성 단수형인 -μένος가 복수 주어와 만나면 -μένοι가 되는 식.[17] 쉽게 말해 능동태가 '(내가 타인에게) 무엇을 해주다/무엇을 하다'이고 중간태가 '(내가 나에게) 무엇을 하다'이며 수동태는 (내가 타인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당하다'라는 의미이다. 비슷한 예로, 스페인어에서 'ducho(원형 duchar)'는 '내가 타인을 씻기다(타동사)'라는 의미지만 'me ducho(원형 ducharse)'라고 하면 '(내가) 씻다(자동사)'라는 의미가 되는데(스페인어는 타동사밖에 없고, 자동사를 쓸 경우 이 se를 활용한다) 이 경우와 거의 흡사하다. 스웨덴어에도 이러한 '중간태'를 찾아볼 수 있는데, 수동태가 약간 변형된 형태이다.[18] 코이네 그리스어에서는 기원법이 접속법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있었다.[19] '부인(deny)'이 아니라 '정해지지 않음(not decided/defined)'이라는 의미이다. 'to 부정사' 할 때 그 부정사다.[20] 정확하게 말하면 다르긴 하지만, 일단 이렇게 알아두자.[21] 동사에 따라 특정 형태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해당 변화형을 빼고 쓴다.[22] 예를 들면 수동태 과거 변화형을 봄으로써 같은 어근을 써서 변화하는 수동태 미래형이 어떤 형태일지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