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6 23:59:15

공모전/건축 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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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공모전 종류
2.1. 아이디어/기획 공모전2.2. 초청/지명 공모전2.3. 현상 설계 공모전
3. 논란
3.1. 설계공모의 불공정3.2. 공공건축 사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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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건축 공모전의 종류를 정리한 문서.

2. 공모전 종류

2.1. 아이디어/기획 공모전

다양한 건축 디자인 공모전 중에서 참가자들의 아이디어 저작권 보호가 가장 취약한 형태의 공모전이 흔히 '아이디어/기획 공모전'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공모전의 목적은 주최자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함에 있고, 당선자에게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름의 심사가 이루어지고 상금도 주어지며 발표기회도 있지만, 주최자가 그 아이디어를 사업에 활용하는 과정에 수상자가 참여하지 못 할 수도 있다. 또 심사가 오랜 기간에 거쳐 여러 단계로 나뉘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많은 참가자들의 불공정한 로비가 이루어 질 수도 있다.

주최자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여러번 발표행사를 진행하여 자신의 사업을 홍보하는데 자주 악용된다. 또 주최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취사선택하여 이후 사업을 진행할 때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대기업 또는 지자체가 참가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갈취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기획 공모전을 통해 수집한 아이디어들을 망라하는 설계안을 지자체와 유착된 설계사와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정체성이 모호한 잡탕 건축물이 완공되기도 한다.

파일:노들섬_포럼_포스터.jpg
서울시는 노들섬 아이디어 및 기획 공모전을 통해 일반시민들과 초청건축가 7인의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파일:제2세종기획공모.jpg
서울시는 여의도공원 제2세종문화회관 기획 디자인 국제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파일:수정됨_noname01-724x1024.jpg
서울시는 잠수교 전면 보행화 기획 디자인 국제 공모를 진행했다.

2.2. 초청/지명 공모전

공모 주최자가 제한 된 수[1]의 참가자들을 초청하여 이루어지는 형태의 공모전이다. 설계권이 부여되는 경우면 '지명 설계 공모전'이고, 설계권이 부여되지 않으면 '지명 기획 공모전'이다. 주최자가 고려하고 있는 후보군이 명확할 때 적절한 공모이며, 참가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각 참가자에게 더 많은 것(모형, 동영상, 발표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미 명성을 가진 건축가들에겐 참여만으로도 초청비를 벌 수 있는 공모여서 기존 스타일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설계안들이 주로 제출되며, 신진 건축가에게는 참여의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엄청나게 혁신적인 설계안들이 나오기 쉽지 않다.
“설계는 잘하지만 고유의 스타일이 정해져 있는 외국 건축가들만 골라서 지명하는 것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찾아서 발굴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증명되고 성향이 뚜렷하며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고가의 명품을 수집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국민 세금으로, 공공의 자산으로 지어지는 공공건축의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설계 품질이 좋더라도 이같은 해외 유명 건축가를 초청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가령 제한된 공공의 비용으로 용도에 맞춰 모두가 쓸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의 가방을 산다고 하면 이미 스타일이 정해진 비싼 명품가방보다 튼튼하고 기능적이면서 좋은 디자인의 저렴한 가방이 무엇인지를 함께 검증하고 고르는 게 적합하지 않겠나?”
남정민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결국 어디서 본 듯한 설계안이 주로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서울의 '서울로7017'은 사실상 뉴욕 '하이라인'의 열화된 짝퉁이라 불리는 경우다. 이런 접근 방식은 문화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의 지자체에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여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자주 이용된다. 과거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던 중국의 수 많은 지자체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중국에 해외 스타건축가들을 대거 초빙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양산된 건축물들의 부족한 독창성과 지역성은 기대만큼 높은 국제적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문화수준이 높은 국제시민일수록 그 지역만의 독창적인 것을 원하고 단순 이름값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물을 소개하면서 내세울 수 있는게 건축물이 아니라 건축가 이름밖에 없는 것만큼 촌스러운 것도 없다. 중국은 이제 반대로 자국 건축가들의 혁신적인 설계안들을 엄선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이끌고, 그 건축가들을 해외로 진출시켜 자국에 지어진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에 그러한 과정을 겪었고 일본건축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괴테의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건축 디자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적으로 정보가 빨라지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점에서 일본을 추격하던 한국의 건축행정은 중국에게조차도 이미 추월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한국 건축가들에게 제대로 설계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온갖 제약과 규제에 묶여있다. 한국 건축가들이 불쌍하다. 자유도가 전혀 없다. 그러면서 나 같은 외국인에게는 자유롭게 건축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서 유명한 건축물은 거의 외국인 건축가의 작품이다. 안도 다다오씨와 같이 말이다. 안도씨가 좋은 건축물을 만들었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요지는 외국인에겐 자유로운 건축물을 지을 기회를 주면서 한국 건축가에겐 안 준다는 것이다. 이상하다. ”
야마모토 리켄 (2024 프리츠커상 수상자) #

지명 공모전의 공정성은 주최자가 참가자들을 선택하고 구성하는 과정에 많이 달려있다. 만약 주최자와 사전에 유착되었거나 더 선호받는 참가자가 존재한다면, 나머지 참가자들은 의미없는 경쟁에 참여한 것[2]이 될 수 있다. 또 참가자들의 구성이 시작부터 어떤 형태로든 불평등[3]하면 심사과정이 불공정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제출된 설계안들을 각각 누가 제안했는지 알고 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파일:홍익대지명설계공모.jpg
홍익대학교는 지명설계공모를 통해 지하캠퍼스 설계안을 확정지었다.

파일:Seoripul-poster-PT.jpg
서울시는 서리풀 개방형 수장고 설계를 지명공모를 통해 확정지었다.

파일:51866_64207_3050.jpg
서울시는 노들섬과 관련하여 이미 진행했던 두 차례 아이디어 공모전에 이어, 동일한 초청건축가들로 새로 국제지명 설계공모를 진행하였고 토마스 헤더윅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

2.3. 현상 설계 공모전

'현상설계'란 설계경기, 혹은 '콤페(competition)'라고도 부른다.# 가장 전통적인 형태의 건축 디자인 공모 방식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건물을 신축할 때 해당 자격을 갖춘 건축가들의 작품을 제안받은 뒤, 심사를 통해 당선자를 뽑아 본 설계를 의뢰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참가자들의 설계안들을 모두 전시하고, 심사위원들이 한차례의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결정하여 설계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통상, 현상 설계 공모전은 1) 사전에 심사위원들이 공개되며, 2) 모든 건축사에게 참가 기회가 열려있고, 3) 설계안이 무기명으로 심사가 이루어지며, 4) 하루 동안 심사[4]를 진행하고, 5) 당선자에게 설계권이 보장된다.

사전에 공개된 심사위원들이 무기명의 모든 설계안들을 단 하루의 심사[5]로 수상작을 정하기 때문에 선정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공모방식으로 여겨진다. 또 신진부터 원로 건축가까지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가 열려있다. 참가자의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지명 공모전과는 다르게, 몇 장의 설계안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진 건축가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형태의 공모전이다. 그래서 현상 설계 공모의 성공은 심사위원의 뛰어난 안목에 절대적으로 달려있고 심사위원의 구성이 좋을수록 참여도 많다[6]. 전체 참가자 수가 많을수록 건축계의 주목을 많이 받게되고 엄청난 홍보효과를 공모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출할 수 있다. 그 과정을 통해 혁신적인 설계안이 선정되면, 일반 대중의 많은 관심도 이끌 수 있다.

건축사에 족적을 남긴 수 많은 혁신적인 설계안들이 현상 설계 공모전을 통해 당선되었다. 때문에 신진 건축가들에게는 등용문처럼 여겨지고, 유능한 심사위원들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진흙 속의 진주를 찾는 심정'으로 심사를 한다. 실제로 워싱턴 D.C. 베트남전 기념관 현상설계 공모전에서는 당시 21살의 예일대 2학년 학생에 불과했던 마야 린의 설계안이 당선됐고, 뉴욕 9.11 기념관 현상설계 공모전에서는 무명 건축가였던 마이클 아라드의 설계안이 당선됐다.# 그래서 원로 건축가들도 현상 설계 공모전에 참여할 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결국 지어진 건축물에도 큰 감동을 부여하게 되며, 그 건축물을 방문할 국내외 문화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무비판적인 스타건축가의 설계안 선정은 상대적으로 감동이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파일:현상설계공모심사.jpg
현상 설계 공모 심사현장

파일:2-lin0-002-lin-Maya-Lin064-scaled.jpg
파일:service-pnp-ppmsca-09500-09504v.jpg
워싱턴 D.C. 베트남전 기념관 현상설계 공모전에서 당선한 당시 21살 예일대 2학년 학생이었던 마야 린(위)과 그녀의 설계안(아래)

파일:04ARAD1-articleLarge.jpg
뉴욕 9.11 기념관 현상설계 공모전에서 당선한 당시 신진 건축가였던 마이클 아라드

3. 논란

3.1. 설계공모의 불공정


프랑스는 공모전에 선정된 설계안이 이후에 외압에 의해서 다르게 수정되어 지어지면 소송이 걸릴 수 있다


현상 공모 방식에도 여러 한계점이 존재하며 비리와 부실운영이 있을 수 있다


건축가들이 느끼는 국내 설계공모의 불공정성

3.2. 공공건축 사대주의

최근 한국 공공건축물 분야에서 외국 건축가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하는 사대주의적 태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 건축가의 프로젝트 참여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들이 국내 건축가보다 우월한 조건에서 설계할 수 있도록 차별적으로 대우받는 것은 큰 문제다.# 동일한 조건에서 공정하게 경쟁한 결과라면, 외국 건축가가 더 많이 선정되는 것도 수용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외국 건축가에게는 높은 설계비와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제공하면서, 국내 건축가에게는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불공정한 상황이 만연해 있다.#

또한, 공공 프로젝트에서 외국 건축가를 지명하거나 경쟁시키는 이유가 참신하고 뛰어난 설계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스타일이 정해진 명품 건축가들을 선호하는 경향도 문제다.# 이러한 선택은 진정한 창의성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보다는, 이미 입증된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마치 명품을 수집하듯 선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공공 프로젝트의 본래 목적을 왜곡시키고, 다양한 가능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외국 건축가의 참여가 자연스러운 건축문화의 발전이 아니라, 공공 자금을 사용한 사적 취향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공공 프로젝트는 모든 시민이 공유할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과정인 만큼, 이러한 불공정한 차별과 특정인의 취향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건축문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외국 건축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상황이라면 바람직하지만, 현재의 사대주의적 태도는 이러한 이상과는 거리가 멀다.

파일:공공건축사대주의.jpg
한국은 한국 건축가들에게 제대로 설계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온갖 제약과 규제에 묶여있다. 한국 건축가들이 불쌍하다. 자유도가 전혀 없다. 그러면서 나 같은 외국인에게는 자유롭게 건축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서 유명한 건축물은 거의 외국인 건축가의 작품이다. 안도 다다오씨와 같이 말이다. 안도씨가 좋은 건축물을 만들었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요지는 외국인에겐 자유로운 건축물을 지을 기회를 주면서 한국 건축가에겐 안 준다는 것이다. 이상하다. ”
야마모토 리켄 (2024 프리츠커상 수상자) #
“공공건축 설계를 공모하는 건 공공의 공간으로써 잘 쓰일 수 있는 최선의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한 것다.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특혜’까지 부여하면서까지 해외 건축가들을 불러들이는 건 우리 사회에 다양한 공공건축을 지을 선택의 폭을 좁힐뿐더러 형평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

“해외 건축가들을 초빙하는 국제지명공모의 경우 국내 대비 해외 건축가에 주어지는 초청 설계비가 더 많았다는 얘기는 이미 업계 파다하다. 여기에 제한된 공사비에 맞춰 설계를 해야하는 국내 건축가와 달리 초빙 해외 건축가에겐 공사비 인상뿐 아니라 감리도 할 수 있게 따로 계약해주는 상황도 있다.”

“국내 건축가들 간에 치열하게 경쟁하는 공모전에서는 공공건축물 공사비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디자인 제약이 상대적으로 큰 데다, 공사비를 포함한 실현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해 공모가 운영된다. 반면 해외 유명 건축가를 지명하는 공모전에서는 공공건축물 공사비와 디자인에 대한 제약이 적어 보다 다양하게 설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고 심사 과정에서도 향후 상당한 공사비의 증액이 필연적인 안을 당선안으로 뽑는다. 국내 건축가들에 대한 이같은 이중적·차별적 기준으로 반드시 들여다봐야 할 문제다.”
남정민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1] 주로 한 자리 수[2] 전문용어로 들러리[3] 회사규모, 초청비, 공사비, 감리권, 자율성, 규제 등[4] 최근에는 심사과정을 생중계하여 공정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5] 국내에선 여러날로 심사가 나누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1단계를 통과하면 후보들이 유기명 상태가 되므로 2단계 심사에서 로비가 발생할 수 있다[6] 건축계에서 인정받은 뛰어난 건축가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많은 혁신적인 설계안들이 제출되고 작품성있는 설계안이 뽑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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