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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츠 개혁

1. 개요2. 배경3. 구성4. 반응5. 평가6. 한국의 반응7. 관련 문서

1. 개요

독일어: Hartz-Konzept
영어: Hartz concept

2000년대 당시 독일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내각이 2002년 2월 구성된 하르츠위원회가 제시한 4단계 노동시장 개혁 방안.

'아젠다 2010'이라는 별칭으로도 알려져 있다.

2. 배경

직접적인 원인은 2002년에 노동고용청이 80년대부터 통계자료를 조작해 온 사실이 폭로되면서이다. 하르츠위원회는 노동고용청을 개혁하고 당시 4백만명에 달하던 실업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책안을 마련한다.

역사적인 원인으로는, 독일사회적 시장경제를 있게 한 -- 협의체에서 그동안 정부의 역할은 노사관계의 '중재자'에만 그쳐왔으나, 2001년 전후로 노사정협의체가 이 개혁안에 노사가 모두 반발하면서 협의를 거부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자, 연정 정부사상 첫 단독 개혁입법(본 하르츠 개혁법안)을, 연방의회(하원)의 과반수 인준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개혁이 진행되기에 이른다.

3. 구성

하르츠 개혁은 크게 4가지 법의 입법으로 진행되었으며, 4가지 개정안은 각각 하르츠 I, 하르츠 II, 하르츠 III, 하르츠 IV로 불리운다.

하르츠 I법은 연방노동청을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와, 일자리 교육을 위한 일자리센터 바우처 제도, 인력알선대행사와 기간제 일자리 등의 도입 등을 담고 있다. 그 외에 실업보조금의 수령 요건을 강화하고 그 금액이 일반 임금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 수준 이상 높아지지 않게 제한하였다.

하르츠 II법은 미니잡에 대한 정의와 과세를 중점으로 다루어, 기존에 월 325유로 이하의 직업을 미니잡으로 인정 하던 것을 월 400유로로 올리고, 주 15시간 이상 근무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사회보장체계에 통합시켰다. 또한 1인 자영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정부가 직접 지원할 수 있게 하였다. 추가적으로 일자리센터(Job-Center)의 운영방안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하르츠 III법은 연방노동청을 연방노동중개소로 전환하는 법이다.

그리고 하르츠 IV법은 기존 실업부조와 사회부조를 실업급여 II로 통폐합하고, 실업급여 I 지급 기한을 18개월로 줄였다. 연방노동중개소에서 추천한 교육에 참석하지 않거나 일자리를 거부할 경우 실업급여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이후로 독일에서 흔히 하르츠 IV라고 하면 실업급여를 통칭한다.

이 중 하르츠 IV법은 이 4가지 법안 중 가장 논란이 많은 법이자 현재 독일 정치권과 사회에서도 꾸준히 개정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법이다. 하르츠 IV에 따라 지급하는 실업급여는 기존 독일의 명성답지 않게 유럽연합 평균에 비교해도 적은 편이고, 연방노동중개소는 원래의 목적인 실업자의 복지와 안녕을 신경쓰기보다는 실적 채우기 형식으로 강제로 일자리를 구하도록 하는데에 급급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의 헛점도 많아서 범죄자들이나 이민자 갱단이 부자인데도 불구하고 실업수당을 쏙쏙 빼먹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레바논 마피아 중 알 자인 클랜이 이런 사기로 악명이 높다.

이후 법원 판결 등을 통해 하르츠 IV법은 많은 개정을 거치게 된다. 실업급여 금액도 올라갔으며, 지급 기한도 늘리게 되었다. 2019년 11월 5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하르츠 IV법에서 연방노동중개소의 일자리/교육 주선을 거부한 실업자의 실업급여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4. 반응

당연히 독일 내 보수주의자들은 하르츠 개혁을 반겼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이 하르츠 개혁을 추진한 정부가 사민당-녹색당 적록연정이었다는 것이다. 노동운동노동조합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던 사민당은 하르츠 개혁으로 당원과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前 사민당 당수이자 슈뢰더 내각에서 연방재무장관을 역임한 유력 정치인이었던 오스카 라퐁텐[1]이 탈당하여 설립한 좌파당으로 지지층이 이동하거나 무투표층을 만들었다.

이후로 앙겔라 메르켈을 위시한 CDU/CSU가 득세하게 되는 경위를 마련하게 된다. 이후 사민당이 다시 조금씩 좌클릭을 하면서 하르츠 개혁과 아겐다 2010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내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 당내 중도세력이 버티고 있어서 지지율이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5. 평가

당시 심각한 실업률을 감축시키기 위해 임시직 고용을 증진하기 위한 규제 완화, 소규모 소득의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해 독일이 부강해지는 데 성공했지만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서 독일 국민의 삶의 질은 악화되었기에 '인기 없는 성공'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사회보험을 면제한 덕분에 소득이 부족한 가구주의 부업 기회가 늘어나고 배우자의 취업 자리도 늘어났다. 삶의 질이 악화되었다는 것은 일자리 증가가 주로 저소득 일자리에 집중되었다는 주장만을 보고 일컫는 것인데 이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 실업률은 확실히 내려갔고 중산층의 감소도 없었고 사회보험 가입자 비율이 감소되지 않았다. 물론 하르츠 개혁이 완벽한 개혁이라 할 순 없지만, 이로 인해 독일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고 사회적 연대감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일단 당시 독일의 정책상 기본 복지에 대한 재원 투여가 높았고, 해고자에 대한 지원 제도 자체가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하르츠 개혁을 통해 이를 줄였다 한들 당장 해고를 당한다고 해도 소비만 줄이면 생계에는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복지제도에 의한 보장이 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나 세금을 들이부어 넣을 수는 없었고,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업자 한 명당 독일 정부에서 들이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독일 정부 차원에서도 정규직 해고 자체를 최대한 막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무엇보다 하르츠 개혁의 근본적인 개념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과 미니잡 등을 양성해서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최대한 보전하면서 당장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없는 일자리보다는 저급 일자리라도 제공하는 식으로 '실업자에 대한 국가의 비용부담' 을 줄이려는 의도로 개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간혹 일부에서 하르츠 개혁으로 독일이 통일 이후의 독일병에서 벗어나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좀 더 엄격히 따지면 2000년대 중반 이후의 독일 성장은 유럽연합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 좀 더 크고, 하르츠 개혁이 그 흐름을 올라탈 수 있게 보조 수단이 된 것에 가깝다.

6. 한국의 반응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018년 1월 2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하르츠 개혁을 모델로 하여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우리 현실에 맞게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한국형 하르츠 노동개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하르츠 개혁에 대해서 한국의 노동계에서는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IMF 구제금융 때 국제기구들의 권고에 의해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 파견직 등 저급 일자리를 대폭 허용하는 등 고용 시장의 유연화를 주는 정책들을 발의해서 통과시켰는데, 이게 IMF 구제금융을 탈출한 이후에도 그 보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성장에 따라 유동화되기보다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과 파견직 등 저급 일자리로 대체하는 추세가 지속되었다는 점이 지금까지도 강력한 트라우마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까지도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이 당시 진행했던 노동개혁을 대국적이란 이유로 아무런 저항이나 협의 없이 정계와 재계의 손에 맡긴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며 '노동 개악'으로 일컫고 있고, 이후 한국 사회에서 노동 시장의 유연화와 노동개혁이라는 말이 나오기만 하면 노동계에서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협상이란게 원래 주는게 있으면, 받는게 있어야 하는데 외환위기 직후 이루어진 노동개혁은 철저하게 사용자(기업)에만 유리한 방향이었고, 당시 김대중 정부가 약속했던 노동자에 대한 지원책은 전부 흐지부지 되버렸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의 권고에 따라서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노동권 관력 협약들은 아예 무시된게 대표적이다. 이 내용들은 2018년 문재인 정부에 와서야 그 중에서도 일부만 비준하였다. 그럼에도 2020년대 현재까지도 ILO가 발표하는 세계 노동권 지수에서 한국은 중국, 이라크 등과 함께 최하위 등급인 5등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노동자의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노동자 탄압 국가인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유연성을 더 확대하겠다는 이야기에 노동계가 발끈하는건 당연하다.

오히려 당시 노동개혁으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정규직과 그 외 생활임금 이하의 비정규직이라는 극도로 경직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만들어 내서 사회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길게 보면 기업의 경쟁력조차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있다. 만성적인 저임금과 산재 처리도 제대로 못받는 비정규직의 폭발적인 확대는 구조적인 내수침체를 만들었고, 반면에 고임금과 강력한 고용안정을 누리는 정규직 때문에 대기업/중견기업은 아예 고용자체를 꺼리면서 청년실업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중산층의 감소를 가져와서 양극화와 함께 한편에선 정치적 극단주의가 판을 치고, 한편에서 정치적 무관심이 늘어나는 체제 불안 상황을 가져왔다. 하르츠 개혁을 단행한 직후 지표상으론 독일 경제가 호황국면으로 진입했지만, 한쪽에선 독일을 위한 대안 같은 극우 세력이 약진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과 일맥상통하다.

7. 관련 문서


[1]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를란트 출신의 프랑스독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