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15 13:04:15

펜은 칼보다 강하다

1. 개요2. 실체3. 비판4. 창작물에서5. 여담

1. 개요

전적으로 위대한 사람의 지배 하에서는, 펜이 칼보다 강하다.
Beneath the rule of men entirely great,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에드워드 불워-리튼[1]의 희곡 <리슐리외> 2막 2장에서

보통 문학이나 언론의 영향력을 표현할 때 쓴다.[2] 즉, 무기로서 보다 뛰어나다는 말이 아니다. 비슷한 표현은 이전부터 존재한 듯하다.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문장은 기원전 7세기경 아시리아 설화에 나오는 주인공인 아히칼이 한 말로, "The word is mightier than the sword."(말은 칼보다 강하다)이다.

또한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작가 유리피데스는 “The tongue is mightier than the blade."(혀는 칼날보다 강하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2. 실체

다만 에드워드 불워-리튼의 저 말은 본인이 직접 한 말은 아니고, 리튼이 집필한 희곡 '리슐리외'[3] 2막 2장에 나온다. 그리고 상기한 대사 뒤에는
"펜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펜에 깃든 권력이라는 마법, 이것을 보아라. 황제들은 얼어붙고 대지는 조용해질 것이다. 권력자들로부터 칼을 뺏어도 나라는 구원받을 수 있다."

라는 대사가 이어진다.

즉, 에드워드 불워-리튼이 리슐리외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언론이 아니라 좀 더 실체적인 힘, 즉 관료제를 말한다.

3. 비판

무기를 든 예언자는 모두 성공하지만, 무기가 없는 예언자는 멸망하기 마련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제6장 '자기 군대와 능력으로 획득한 새로운 통치권에 대하여'[4]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마오쩌둥[5]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람들은 자동화기[6]의 위력을 보지 못한 작자들이다.
더글러스 맥아더[7][8]

프랑스 대혁명, 신해혁명과 같은 수많은 혁명들은 '칼'로 대표되는 무력이 없었다면 절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문민통제가 아예 없었다고도 볼 수 있는 중국의 군벌 시대에서 천성 정치인이자 펜을 가진 왕징웨이는, 칼을 가진 장제스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이길 수 없었다.[9] 즉, 펜이 아무리 영향력이 크다고 한들 어쨌거나 실질적인 힘은 펜이 아니라 칼이다. 물론 그 혁명도 동물적인 광기(...)에 기반해 아무렇게나 이루어진 목적 없는 파괴가 아닌 혁명 이론을 기초에 두고 있고 칼은 단지 수단으로 선택했지 않느냐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말은 다시 반박하면 칼이 없었다면 펜으로 쓴 제아무리 좋은 혁명도 아무 힘도 없는 일부의 메아리에서 그쳤을 것이다는 재반박도 가능하다.

"무슨 무기를 쓰든 인류 역사상 무자비한 학살이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살아남거나,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도 여러 방법으로 참상을 묵도한 사람들이 저항 의지를 갖고 참상을 알려 학살 주도자가 지지를 잃도록 만들게 된다."는 말도 "그래서 뭐?"라는 말로 반박이 가능하다. 저항의지를 가지고 참상을 알린다고, 학살 주도자가 지지를 잃었다고 해서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졌고 학살의 희생자들이 그들의 억울함을 정당하게 사회적으로 복권받았느냐고 묻는다면 예보다는 아니오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장 한국사만 보아도 제주 4.3 사건이나 신천군 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영흥군 학살 사건, 거창 양민 학살사건, 보도연맹 학살사건, 노근리 학살 사건, 광주항쟁에서 벌어졌던 비열하고 잔인한 학살과 관련한 직간접적 주동자들이 그들의 추악한 행위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이나 합당한 역사적 단죄를 받은 것도 아니고, 이들 학살 사건의 희생 피해자에 대한 왜곡과 조롱, 비아냥의 목소리는 단순히 일부 극성론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절거리는 데서 그치는 말도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그냥 그들 추악한 행위를 주도한 주동자들이 사회적으로 여전히 요직에 위치하면서 사회 곳곳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 두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며 참상을 묵도한 사람들이 저항 의지를 가지고 참상을 알려 학살 주도자가 지지를 잃게 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코미디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

펜으로 대표되는 문인들 중에서도 김훈처럼 이러한 말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사람들이지요. 이건 참 위태롭고 어리석은 생각이거든요. 사실 칼을 잡은 사람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고 얘기를 안 하잖아요. 왜냐하면 사실이 칼이 더 강하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소설가 김훈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문필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가 칼로 이루어진 범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억울해 합니다. 바르지 못한 일입니다. 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 그 책임 또한 더 무거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붓에 보내는 칼의 경의로 생각할 것입니다.
이영도의 소설 피를 마시는 새 중, 엘시 에더리

무책임하게 펜을 휘두르는 사람들그 단체[10]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도 있다.

4. 창작물에서

5. 여담



[1] '폼페이 최후의 날'을 쓴, 19세기의 영국인 작가이다.[2] 여기서 말하는 칼은 당연히 무력을 의미한다.[3] 삼총사의 주 악역이자 루이 13세의 명재상 맞다.[4] 마키아벨리가 사보나롤라의 실패를 평하면서 한 말이다. 여기서 예언자는 '지도자', 무기는 지도자가 민중을 다스릴 '무력'이나 '법률'을 뜻한다. 애초에 당연한 이야기인 게, 자기 백성과 영토를 지킬 힘조차 없는 지도자가 백성과 영토를 제대로 건사할 수 있을 리가 없다.[5] 우리나라에는 마오쩌둥이 비호감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그의 어록이 폄하되는 부분이 있고, 실제로도 대다수가 동의하기 어려운 어록을 몇몇 남긴 것도 사실이지만, 이 발언은 그렇지 않다. 이 어록은 문민통제가 되는 상황에서의 권력(펜)은 총구(칼)의 뒷받침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6] 최신무기로 번역되거나, 으로 의역되는 경우도 있다.[7] 이 말을 한 맥아더가 해리 S. 트루먼에 의해 해임된 것을 두고 그가 전장에 나가 싸웠던 것들 모두가 펜의 대표자들에 의해 지휘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맥아더의 비판에 대해 반론할 거리는 여전히 있지 않느냐고 할 사람도 있지만,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해당 국가를 통치하는 수뇌부들은 국가를 운영하는 펜의 역할이었고, 항상 군대같은 무력집단을 아래로 두었다."라는 말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말도 아니었고, 정작 한국전쟁의 '정전'을 실현해낸 것은 '펜의 대표자'이면서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으로 '칼의 지휘관'이기도 했던 아이젠하워이다. 펜만으로 문민통제가 이루어진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낙관 그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8] "쿠데타는 민중의 지지를 받기가 매우 어려우며, 결국 정당성 없는 쿠데타는 또 다른 쿠데타를 불러오든, 아니면 민중의 혁명으로 퇴진되든 할 뿐"이라는 말도, 뒤집어 말하면 정당성이 있는 쿠데타라면 민중의 지지를 받는다고 인정된는 의미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는 누구의 말마따나 애초에 성공한 쿠데타라서 정당화되는 것인지, 정당성이 있는 쿠데타라서 성공하는 것인지, 애초에 그 정당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확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와 관련해 동아시아에서는 은나라-주나라 역성혁명이나 여말선초 같은 왕조 교체를 두고 '천명(天命)' 즉 하늘과 백성의 뜻의 추이를 들어서 이전 왕조가 덕을 잃었기에 천명을 잃어 망한 것이고, 새로운 왕조는 덕을 얻었기에 천명을 받고 흥한 것이다라고 도덕적 관점을 들어 설명해 왔지만, '임금의 자리에 오를 만한 힘'을 하늘로부터 받았다는 증명은 객관적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그 많은 경쟁자 다 쳐 죽이고 살아남아 임금으로 즉위까지 한 사람한테 의심을 품고 나아가 ‘당신의 그 힘 정말 하늘로부터 받은 건지 어디 증명해 보라’고 면전에서 따져 물을 간 큰 인간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괜히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니다.[9] 물론 장제스가 권좌에서 한 번도 내려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펜의 위력 때문이 아니라 기타 군벌의 반란과 같은 '칼'의 위협 때문이었다.[10] 링크는 기레기와 황색언론에게 걸려 있지만 실제 엘시 에더리의 의도는 부패한 관료, 그중에서도 지방관을 향한다. 다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언론이 제4의 권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도 방종하는 경우가 많으니 크게 의미가 어그러진 편은 아니다.[11] 취소선이 쳐지긴 했지만 아예 관련이 없는 건 아니다. 펜으로 누군가의 이름이 써질 때마다 사람이 죽죽 죽어나가니.[12] 이는 클라우제비츠전쟁론에서 규정한 전쟁의 정의인 '전쟁은 1) 자국의 의지를 상대 국가에게 강요하기 위한 폭력적인 행위이며, 2)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라는 명구를 명확하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