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30 17:21:40

토렴

1. 개요2. 설명3. 방법4. 장점과 단점5. 현재6. 여담7. 관련 문서

1. 개요


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해서 데우고 불리는 과정으로, 보온장치가 없던 과거에 밥을 따뜻하게 먹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2. 설명


쌀밥은 실온에서 보관할 경우 딱딱하게 굳은 찬밥이 되어 제대로 먹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금방 쉬거나 상하므로 장기간 보관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농경사회였던 과거엔 대부분의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거나 새참을 먹는 게 거의 전부였으므로 밥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데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렇지만, 조선 후기에 상업이 점점 발달하면서 주막은 물론 상인들을 중심으로 외식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기 시작했다. 따뜻한 밥에 대한 수요는 많아졌지만 아궁이와 가마솥을 사용하는 조선 요리 문화 특성상 밥을 짓는 시간이 오래 걸려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에게 따뜻한 밥을 바로 내어 주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냄비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1] 애초에 개인에게만 따로 밥을 지어주는 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한두 사람 먹을 만큼 적은 양으로 밥을 짓는 것은 큰 가마솥을 쓰는 한국의 전통적인 주방 여건 상 비효율적인 일이었기에 손님을 받기 전에 밥을 먼저 지어 둘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밥은 미리 지어두면 찬밥이 되기 마련이고, 이를 따뜻하게 만들어 먹기 위하여 찬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2] 밥을 따뜻하게 만들어 손님에게 내는 방법이 바로 토렴이다.

또한 이 토렴의 등장으로 인해 조선시대 외식 업종의 대부분을 국밥류가 차지하게 된다.

3. 방법

  1. 밥그릇[3]에 찬 밥을 담는다.
  2. 가마솥에 끓고 있던 뜨거운 국물을 밥그릇에 부은 다음 가마솥에 따라내고 다시 뜨거운 국물을 붓는다.[4]
  3. 밥의 온도가 먹기 좋아질 때까지 2의 과정을 반복한다.
  4. 고명이 있으면 3 중간에 고명을 넣고 고명과 밥의 온도가 올라갈 때까지 2를 반복한다.
  5. 먹기 좋은 온도가 되면 손님에게 대접한다.

처음의 동영상을 보면 이해가 쉽다.

4. 장점과 단점

장점은 국물로 여러 차례 밥을 덥히므로 밥을 넣고 끓인 것에 근접하게[5] 따뜻한 국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쌀밥 낱알마다 국물이 배어들게 되므로 밥 자체가 맛있어지게 된다.

토렴할 때 찬밥을 쓰면 더 맛있어지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쌀에 든 녹말은 생으로는 소화가 잘 안되지만 익히면 소화되기 쉬운 알파 녹말로 변하는데, 식으면 다시 베타 녹말, 생쌀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극단적 상태가 냉동실에 넣은 밥으로, 빛깔마저 하얗게 불린 생쌀처럼 된다. 뜨거운 국물을 부으면 찬밥이 국물을 흡수하면서 알파화되어 갓 지은 상태에 가깝게 돌아가고, 국물 맛이 밥에 스며들어 맛있어진다. 그런데 그냥 전기보온밥솥에 보관하였거나 갓 지은 뜨거운 밥을 국물에 넣으면 잘 풀어지긴 하지만 밥과 국물이 겉돌고 맛이 훨씬 덜하다. 따로국밥이 밥과 함께 나오는 국밥만큼의 맛이 안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오래 두면 국물맛이 밥에 배이지만, 그러면 국이 식고 밥도 지나치게 불어서 맛이 없다. 이렇게 찬밥을 쓰는 건 볶음밥을 할 때에 찬밥으로 하는 것 혹은 라면에 밥 말아 먹을 때 찬밥을 쓰라는 것과 같은 이유다.

단점이라고 하면 무엇보다 공수가 더 들어간다는 점이다. 밥을 바로 내놓으면 되는것과 달리 토렴을 하는 과정 단계가 하나 더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회전률이 중요한 요식업계에서는 도입하기 힘들다.

5. 현재


아무래도 추가적인 인시가 들어가는 작업이라 회전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현대 외식업계서는 갈수록 사라지는 추세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맛의 측면에서도 토렴의 장점이 희미해지고 있기도하고. 따뜻하게 보관되어 따로 나온 밥이라면 바로 국물에 말아도 국물의 온도가 크게 내려가지 않아 충분히 맛있는 국밥을 먹을 수 있고, 아예 국물에 밥을 말고 가스버너로 끓여 뜨겁게 먹을 수도 있다.[6]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는(특히 시장골목) 여전히 토렴을 해 국밥을 내놓는다. 보온밥솥과 달리 국밥집의 업소용 밥솥은 50인분 정도의 밥을 12시간 이상 보관할 것이 요구된다. 요즘 밥솥이야 12시간이면 밥맛이 변하지 않지만, 업소용 밥솥은 용량에 치중하다보니 가정용 밥솥 수준의 보온성능을 기대할 수 없다. 보통 밥을 많이 하는 중규모 이상 식당이나 급식소는 밥 하는 전기밥솥 따로 있고, 해놓은 밥이 식지않게 공기째로 담아 저장해놓는 공깃밥 전용 온장고를 두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게 다 돈이고 많은 전기료와 공간이 필요한 것. 그래서 영세한 국밥집은 이런 온장고를 두기 어려워 밥솥만으로 밥을 해 떠 담는데, 당연히 이런 밥솥은 가정용 밥솥에 비해 보온 성능이 떨어지고 밥맛도 시간이 지날 수록 떨어지니 그를 보완하기 위해 토렴은 다소의 위생을 포기하더라도 맛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현대에는 밥 요리 대신 국물 면 요리에서 토렴을 하는 사례가 생겼다. 국물 면 요리의 조리 특성상 불지 않게 하기 위해 익히는 시간을 단축하고[7] 국물과는 별도의 물에서 끓이기 때문에 면을 끓이는데 값비싼 육수를 쓰지 않는 이상 면에 국물이 배기 힘든데, 토렴을 하면 면의 탱탱함을 살리면서도 국물의 맛을 충분히 면에 배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요리 비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실 일식의 라멘류나 중식의 일부 면 요리 등에선 한참 전부터 널리 쓰이던 방식이다.

6. 여담

* 2021년 먹던 걸 토렴하는 상식 이하의 짓을 하는 비양심 가게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부는 이런 점을 근거로 토렴이 불결하다는 식의 논쟁을 벌이는데, 당연하게도 논점일탈의 오류이다. 반찬 재사용하는 일부 비양심 가게를 들어 반찬문화가 미개하다고 하는격.

7. 관련 문서



[1] 냄비란 단어 자체가 조선 말 개항기에 일본의 ‘나베’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변형된 외래어이다. 쉽게 말하자면, 소량의 음식을 필요할 때마다 조리한다는 개념 자체가 조선의 일반적인 계층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왕실과 양반들은 달랐지만.[2] 국이나 찌개는 차가워지면 쉽게 상하고 맛도 없어지기에 아궁이에 걸어 둔 가마솥에 따로 보관했다. 국이나 찌개 같은 탕일 경우 약불로 계속 끓이면 되었다.[3] 따뜻한 온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하여 뚝배기가 선호되었다.[4] 한 번만 부어서 내놓으면 찬 밥의 온도 때문에 국물이 식어 맛이 없다.[5] 밥을 넣고 끓일 경우 걸쭉해져서 식감이 나빠진다.[6] 이 경우 식감이 좋지 않아 거품을 좀더 걷어내야 하고, 잡내를 막기 위해 조미료를 더 넣어야 한다. 향신료를 넣으면 해결되겠지만... 결국 토렴을 하는 국밥집은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다.[7] 쫄깃함을 위해 찬물에서 식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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