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9-07-12 13:50:08

죄와 벌(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원제 :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
영어 : Crime and Punishment

1. 소개2. 등장인물3. 여담

1. 소개

러시아의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명작. 1866년 작. 그의 5대 장편 소설 중 첫 번째 소설이다[1].

도스토옙스키는 원래 수정이나 퇴고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이 작품은 예외 중 하나다. 사실 이유가 있는데, 마감에 맞추려면 퇴고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집안의 가난과 본인의 도박벽 때문에 늘 돈이 궁했는데, 이 탓에 일단 출판사에 돈을 받고 출판권을 넘긴 뒤 작품을 집필하는 식의 계약도 자주 맺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이 대체로 긴 것도 당시 러시아에서는 글자 수마다 고료를 계산했기 때문. 반면 <죄와 벌>은 그나마 다른 작품의 선계약으로 받은 돈이 있었기 때문에 퇴고할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더 상세한 내용은 석영중 교수의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등의 저서에 자세히 나온다.

처음에는 1인칭 시점으로 쓰였다가, 표현의 부족함을 깨닫고 원고를 불태운 채 처음부터 다시 썼다. 꽤 긴 소설이기 때문에 완전히 다 읽어본 사람은 생각보다 적은 작품. 실제 작품의 길이는 한국어 번역을 기준으로 하면 약 800페이지 정도다.

주인공인 로지온 라스콜리니코프(Родион Раскольников)[2] 살인을 함으로써 형사소설과 유사성을 띠지만, 살인 행위 자체보다는 그 살인을 행하는 주인공의 사상적 배경 등에 초점을 맞춘 심리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더 알맞다.

주인공은 라스콜리니코프이며, 그 외에 소냐, 두냐, 라주미힌, 포르피리 페트로비치, 스비드리가일로프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대학생 출신인 라스콜리니코프는 악랄하기로 소문난 전당포 노파 일리나와 그녀의 여동생 리자베타[3]도끼로 살해하고, 계속해서 이 범죄를 자신의 사고에 맞춰 자기합리화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소냐의 가정을 알게 되고 여동생인 두냐의 혼사에 관여하게 되면서 그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소냐의 설득과 도움에 힘입어 자수하게 된다. 짧아보일 수 있겠지만, 중간중간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삽입되는 등 실제로는 굉장히 방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사실 이는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전체적인 특징이다.

결말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있는데, 소설 속에 나타난 라스콜리니코프의 성격상 자수하는 것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회개하는 것은 억지로 끼워 맞춘 엔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만 직접적으로 라스콜리니코프가 회개했다고 언급되지는 않았으며 단순히 그런 암시를 주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그렇게 비판하기도 힘들다.[4]

작품 속에서 라스콜리니코프가 노파를 죽이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범인(凡人, 즉 평범한 사람)과 비범인(非凡人, 즉 평범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자신이 비범인인지를 시험하기 위하여 죽였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작가는 맹목적인 자기합리화와 영웅주의적 사고관을 비판하고 있다. 결국 그는 노파의 동생을 죽인 순간 자신의 논리의 모순에 빠져 반쯤 정신이 나갔다.[5]

라스콜리니코프의 이러한 사상은 작가의 다른 장편소설들에서 점차 발전되어 나타나고, 작가는 항상 이러한 사상을 비판한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들로는 <백치>의 로고진, <악령>의 니콜라이 스타브로긴과 키릴로프, <미성년>의 베르자예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의 이반 카라마조프와 스메르자코프 등이 있는데, 인물 하나하나가 한 작가가 평생에 걸쳐 이룩하여야 쓸 수 있을 정도로 심도 깊게 만들어진 인물들이다. 그런데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러한 인물들을 수십 명이나 창조했다.

2. 등장인물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서술했으며 이름 뒤의 괄호 속에 있는 것은 별칭이다. 그런데 러시아 이름이 원래 긴 데다가 별칭까지 있다보니 보기 불편하기는 하다... 그래도 워낙 방대한 길이의 소설이라 끝까지 읽다보면 자꾸 눈에 익게되며,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 평범하진 않아서(...) 완독하면 웬만큼 기억에 남게된다.
  • 로지온(로쟈) 로마노비치 라스콜니코프[6](Родион(Родя) Романович Раскольников) : 이 소설의 주인공. 그의 어머니는 그를 애칭 '로쟈'라고 부른다. 작중 묘사로는 매우 잘생기고, 약간 큰 키에 말랐지만 다부진 체격, 빛나는 검은 눈과 짙은 갈색 머리칼을 가진 23세의 청년. 법학도였지만 집안이 가난한 탓에 학업을 끝마치지 못하고 휴학 중이나, 매우 우수한 지성을 가진 수재이다. 어머니가 빚까지 져가면서 돈을 부쳐주고, 유일한 생계수단인 가정교사 일마저 잘 구해지지 않아 경제적으로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어 끼니도 제때에 챙기지 못하고, 변변한 침대조차 없어 낡은 소파에 옷가지를 베개삼아 누워 잠을 자거나 몽상을 하고, 이따금 거리를 배회하는 것을 일삼는다. 나폴레옹 3세의 초인사상과 같은 생각에 경도되어 범인과는 차원이 다른 비상한 지성과 강인한 감성을 가진 인물이 악인을 처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정리하여 저널에 글로 기고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생각으로 인해 고리대금업을 하던 악덕 노파를 도끼로 쳐서 살인하기에 이르는데, 이 과정에서 집에 돌아온 노파의 여동생 리자베타 이바노브나마저 계획에도 없이 죽이게 되고, 죄책감과 자기 혐오로 거의 미친 사람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 이후 여동생 두냐의 결혼문제와 소냐와의 만남, 포르피리의 집요한 추궁과 설득 등을 거치면서 결국 경찰에 자수하고 2급 살인죄로 시베리아[7] 8년 유배형을 받는다. 사실 작중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뚜렷하게 뉘우치기 보다는 그저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자수한 듯한 인상을 주었지만 시베리아까지 따라와서 함께한 소냐를 통해서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갱생될듯한 암시를 주면서 작품이 끝난다. 라스콜니코프의 이름은 러시아어 "라스콜(raskol)"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라스콜은 "분리, 분열"을 의미한다. 그렇게 본다면 라스콜니코프는 정신적으로 분열된 사람, 세상과 단절되고 격리된 사람이란 의미가 된다. 이 외에 영어로 '악당'을 의미하는 Rascal과도 어원적으로 관련이 있다.
  • 소피아(소냐) 세묘노브나 마르멜라도바(Софья(Соня) Семёновна Мармеладова) : 히로인. 퇴역 군인이자 주정뱅이 하급관리인 세묜 자하로비치 마르멜라도프의 딸로 결국 아버지의 무능과 계모의 강요, 생활고로 인해 '노란 감찰을 차고 다니는' 매춘부의 삶을 살게된다. 소설 전반부에서 라스콜니코프가 마르멜라도프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신앙심이 깊은 러시아 정교 신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라스콜니코프가 전당포 노파 알료나와 그녀의 여동새 리자베타를 살해했음을 고백하자 그를 설득해서 경찰에 자수하게 하고 이후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받자 시베리아까지 따라간다. 공교롭게도 리자베타는 소냐의 친구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콜니코프에 대해 어떠한 복수심이나 증오감도 품지 않고 그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 소피아그리스어로 "지혜"를 의미하고, 작중에서 라스콜니코프에게 "유로지비"[8](юродивый)로 불리는데 유로지비란 러시아 정교회에서 세상에선 바보처럼 보이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가장 지혜로운 하느님의 사람이란 의미다. 전당포 노파의 여동생인 리자베타처럼 우둔하고 비참한 삶을 살지만 오히려 묵묵히 자기희생과 순종, 믿음을 통해서 타락한 세상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사람의 상징이라고 볼수있다. '소피아'라는 이름이 붙은 이러한 류의 지혜롭고 긍정적인 여주인공은 여타 러시아 문학작품[9]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죄와 벌>의 소냐는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다.
  • 드미트리 프로코피이치 브라주미힌(라주미힌)(Дмитрий Прокофьич Вразумихин(Разумихин)) : 법학도이자 라스콜니코프의 둘도 없는 친구이고, 후에는 매부가 된다. 본명은 브라주미힌이지만 라주미힌이라고 불린다고 하며, 작중에서도 계속 라주미힌이라고 불린다. 작품 속에서 포르피리와 더불어 작가의 사상을 드러내는 인물이라 볼수 있다. 휴학 중인 대학생이며, 독일어 등을 좀 하기에 번역가 일로 푼돈을 버는 모양이다. 라스콜니코프를 걱정하면서 이야기의 전면에 서게 되는데 라스콜니코프가 불친절하고 심지어는 욕까지 퍼붓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를 걱정하는 걸 보면 대인배의 기질이 있는것 같다[10]. 시종일관 라스콜니코프를 믿고 돕는 신실한 벗이자, 나아가 경찰에 자수하러 떠나는 라스콜니코프로부터 가족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을 정도로 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인물. 라스콜니코프의 사상인 "비범한 사람은 피를 흘려도 된다"는 영웅주의(혹은 초인사상)를 비판하는 점에서 상당히 건전하고 긍정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라스콜니코프의 여동생 두냐에게 반했으며, 두냐의 약혼자였던 루쥔의 파렴치한 만행과 악담을 정면에서 꾸짖고, 라스콜니코프의 가족을 보호하였다. 후에 결국 두냐와 결혼하게 되었고, 라스콜니코프가 유배형을 떠난 뒤에는 두냐와 함께 라스콜니코프의 어머니를 보살피며 안심시켰다. 라주미힌의 이름은 러시아어 "라줌(разум)"에서 왔다고 보는게 일반적인데. 라줌의 의미는 "이성", "지성", "합리성" 등을 의미한다.
  • 알료나 이바노브나(Алёна Ивановна) : 늙은 고리대금업자. 적어도 라스콜니코프의 시점에선 매우 악랄하고 돈만 밝히는 탐욕스럽게 보였던 노파이다. 라스콜니코프에게 도끼로 찍혀 살해당했으며, 그 직후 그녀의 이복여동생 리자베타 이바노브나까지 우발적으로 살해당한다.
  • 아브도치야(두냐)[11] 로마노브나 라스콜니코바(Авдотья(Дуня) Романовна Раскольникова) : 라스콜니코프의 여동생으로 애칭은 두냐, 혹은 두네치카. 골몰히 생각에 잠긴 채 방안을 서성이는 버릇이 있고, 이 점에선 오빠와 닮은 듯하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가정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부유한 변호사인 루쥔과 약혼한 상태였으나, 이후 오빠를 모함하고 어머니와 자신을 협박하는 등 루쥔의 쓰레기 같은 행보에 큰 경멸감을 느껴 곧바로 파혼하였다.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집에 가정교사로 있었으나, 탐욕스러운 그가 계속 치근덕대는 데다가 그의 아내마저 그녀와 스비드리가일로프 간의 관계를 오해해 그녀를 핍박하였기에 그곳을 떠났던 일이 있다. 이후로도 스비드리가일로프로부터 집요하게 추적당해 왔으나, 오빠와 라주미힌의 보호로 안전할 수 있었고 이후 라주미힌과 결혼하였다. 그녀에게 범죄 사실을 고백하고 경찰에 자수하러 떠나는 오빠를 마지막까지 걱정하며 배웅하였다.
  • 풀헤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라스콜니코바(Пульхерия Александровна Раскольникова) : 로지온 라스콜니코프의 어머니로, 인자하며 아들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아들을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 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을 자백하고 체포된 뒤, 두냐는 그 사실을 그녀에게는 비밀로 했지만, 작중에선 그녀가 이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아들이 체포된 후 갑자기 연락이 끊긴 아들을 병적으로 걱정한다. 그 후 그 정신적 영향 때문인지 열병을 앓으며 헛소리를 하다가 사망하게 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 포르피리 페트로비치(Порфирий Петрович) : 예심판사로 <죄와 벌>의 중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날카롭고 분석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물증이 없는 와중에도 노파 살해사건의 범인이 라스콜니코프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특유의 직관과 심리학적 분석을 겸한 집요한 심문으로 그를 궁지로 몰아간다. 라스콜니코프는 포르피리의 의심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그럴수록 자아의 분열만 심해질 뿐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상을 드러내는 인물이라 볼 수 있는데 자아의 분열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할 기미를 눈치채고 라스콜니코프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그에게 자수를 권유한다. 캐릭터에 영향을 준 건 에드거 앨런 포어거스트 뒤팽이라고 한다.
  • 표트르 페트로비치 루쥔(Пётр Петрович Лужин)[12] : 라스콜니코프의 여동생과 결혼하려 했던 인물. 상술한 포르피리 페트로비치와는 부칭[13]만 같을 뿐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다보면 사회가 발전한다는 이기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대인배인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속내는 사실상 찌질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을 모욕한 라스콜니코프에게 격분해서 라스콜니코프의 여동생 두냐에게 "오빠와 나 중에 둘 중 하나를 택하라"라고 했다가 도리어 역관광을 당하고 결혼이 파토나버렸다. 본인은 가난한 여인의 구원자가 된다는 판타지에 휩싸여서(...) 양판소하고 하등 다를 바 없는 심보다 두냐와의 결혼을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결국 자신의 성격을 못 이기고 실패했기 때문에 라스콜니코프에게 앙심을 품고, 소냐에게 죽은 아버지가 연금을 받게 돕겠다고 속인 후 그녀의 주머니에 몰래 자신의 지폐를 넣는 방법으로 그녀를 도둑으로 몰아 복수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그 계획은 같이 있던 자신의 동료의 증언으로 인해 실패하여, 라주미힌과 라스콜니코프에게 모욕당한 후 허언을 쏟아부으며 도망치고 이후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라스콜니코프 사상의 안 좋은 점을 암시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 아르카지 이바노비치 스비드리가일로프(Аркадий Иванович Свидригайлов)[14] : 라스콜니코프의 입장에서 보면 최종보스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 대지주 집안 출신으로, 사기 도박꾼에 미성년자까지 성추행할 정도로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 말종이었는데 이 때문에 한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시베리아에 유배될 뻔했지만 그와 사랑에 빠진 부자 마르파 페트로브나가 도와줘 구사일생하고 그 대가로 그녀와 결혼하지만, 약간 광적으로 그를 사랑하는 마르파조차도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고 오로지 즐기는 정도면 눈감아 주겠다"라고 결혼 계약서에 적었을 정도로 기질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집에 가정교사로 온 두냐에게 빠졌는데, 그녀한테서 진실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 듯 그녀를 유혹하려다 실패한다. 이후 아내를 살해한 듯[15]하며, 이후 아내는 그의 꿈에 자주 등장하게 된다. 참고로 그 꿈에서 그가 미성년자를 추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뒤에 두냐를 따라 페테르부르크까지 쫓아와서 라스콜니코프를 만나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가 노파 살인사건을 소냐에게 고백하는 것을 듣게 된다. 이후 무슨 생각이었는지 몰라도 소냐의 가족에게 돈을 지원해줬으며, 이후 그녀의 계모가 병사하자 그녀의 이복동생들을 좋은 시설에 가도록 힘을 쓴 뒤 라스콜니코프에게 자신이 노파살인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 압박을 넣는다. 이후 자기 집으로 두냐를 초대해 다시 유혹하지만, 오히려 두냐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며[16] 쇼크를 먹고, 결국 두냐를 내보내준 뒤 방황하다 소방탑 위에서 권총 자살을 한다. [17]
    그는 라스콜니코프의 또 다른 분신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사상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간상을 나타낸다. 19세기 기독교적 가치관에 회의로 사회주의(레베쟈트코트)나 물질주의(루쥔)적 인간상들이 드러나듯 스비드리가일로프는 극단적으로 전통적 가치에 회의를 품는 회의주의 또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인간상을 나타낸다. '죽은 뒤에 있는 것은 거미뿐', '죽음을 포함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 등에서 기존 기독교적 사후관 부정 및 자유에 대한 인물의 태도가 드러난다. 작중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의 자살은 라스콜니코프의 자수와 대비를 줄 목적일 것이며, 스비드리가일로프, 나아가 회의주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다르게 보면, 그는 라스콜니코프의 인물상의 안티테제로 볼 수도 있는데,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라스콜니코프의 사상을 '그 놈이 그 놈, 그 이론이 그 이론'이라며 이를 대놓고 부정하며 후반부에서 끊임없이 대립한다.

3. 여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면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집이 관광 명소로 남아있다. 소설에서는 5층인데 이 건물은 현재 4층이다. 도스토옙스키 팬들의 성지. 근처에는 마린스키 극장과 실제 도스토옙스키가 거주했던 집도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소설의 주무대중 하나인 센나야 광장도 있다. 이 광장은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재개발 및 이런저런 이유로 소설 내의 모습과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작가 노트에 따르면,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의 2부를 계획한 듯하지만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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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대 장편 소설은 그가 말년에 쓴 5편의 비극 소설을 말하며, 5대 비극이라고도 부른다. 각각 <죄와 벌>, <백치>, <악령>, <미성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가리킨다.[2] 현행 러시아어 표기법에 따르면 '로디온 라스콜니코프'인데, 이름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로지온'으로 번역하는 편이며, 작중 등장하는 애칭인 '로댜(Родя)' 또한 '로자/로쟈'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잦다. 이 외에, 라스콜니코프라고 번역되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어에서 쓰는 키릴 문자 중 ь 부분 때문에 발음 표기법이 애매해져 번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열린책들의 도스토옙스키 전집은 라스꼴리니코프로 번역했는데, 민음사의 번역은 라스콜니코프였다.[3] 일리나에게 늘 구박받으며 살던 노처녀로 사람들에게 동정을 샀던 여인이었다. 일리나가 죽임 당할 때 마침 집에 들어오게 되어 그녀까지 함께 살해당했다.[4] 하지만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자수를 권했던 소냐가 면회를 오자, 그 자존심이 강한 라스콜리니코프가 소냐의 손을 붙잡고 흐느껴 우는 모습을 보였을 정도니 그도 마지막 순간에는 끝내 회개했다고 해석하는 것 또한 그렇게까지 말이 안 되는 해석은 아니다.[5] 라스콜리니코프는 범인으로 지칭되는 일반인들은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그저 인간이라는 종의 존속을 위하여 존재할 뿐이고, 이에 대비되는 비범인은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작품 속에서 대표적인 비범인으로 나폴레옹을 제시한다. 이를 구분짓는 것은 자연의 법칙과 사회가 결정하며, 비범인은 극소수라고 주장한다. 그는 비범인이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서 범인(凡人)들이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괜찮다고 규정지었으며, 이러한 사상 속에 그가 스스로를 실험한 방법이 바로 살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노파를 죽인 후 심각한 모순을 겪고, 그것을 해소하려고 온갖 이유를 들어 자기합리화를 한다.[6] 라스콜리니코프라고도 번역되나, 라스콜니코프가 맞는 표기이다. 현행 러시아오 표기법상 연음부호 ь 앞에 l, m, n 발음이 나오면 표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7] 에필로그를 보면 이르티시 강이 언급되는데, 바로 도스토옙스키 본인이 4년 동안 유배갔던 그 동네다. 오늘날 시베리아 한복판의 옴스크.[8] 번역본에 따라 '유로지브이'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현행 러시아어 표기법에 맞추면 '유로디비'.[9] 폰비진-미성년, 울리츠카야-소네치카, 톨스타야-소냐 등[10] 라스콜니코프와의 관계만 작중 부각되어서 그렇지, 다른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리는 편이며, 성격이 아주 불같을 때도 있지만 아주 진중할 때도 있다고 언급된다.[11] 현행 러시아어 표기법에 따르면 '아브도티야'가 된다.[12] 현행 러시아어 표기법에 따르면 '표트르 페트로비치 루진'.[13] 러시아 이름은 이름-부칭-성 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칭은 보통 아버지의 이름에 -오비치, -예비치를 붙여 만든다. 예를 들어 아버지 이름이 바실리라면 부칭은 바실리예비치가 된다. 러시아에서 공적인 자리에서 이름을 부를 때는 이름과 부칭으로 사람을 지칭한다.[14] 현행 러시아어 표기법에 따르면 '아르카디 이바노비치 스비드리가일로프'.[15] 작중에선 암시만을 주고 있다. 일단 공식적으로는 스비드리가일로프에게 구타당한 뒤 엄청난 식욕과 함께(...) 식사를 하고 목욕을 하러 갔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16] 그전까지는 두냐가 아무리 거부하더라도 내심으로는 자신에게 끌리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두냐가 총을 들이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 하지만 자기를 그만 보내 달라고 애원하는 두냐의 표정을 보고 두냐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깨달았다.[17] 무슨 바람이 분 건지, 자살하기 전 소냐에게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거금을 건네주었으며, 이후 자신의 '약혼녀'로 예정되어 있던 여성에게(이 여자도 미성년자로 묘사된다)도 자신의 재산을 건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