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8-05 00:24:18

조웅전

1. 개요2. 줄거리3. 기타

1. 개요

조선 후기 고전소설.

작가와 집필 연대 모두 미상이다. 하지만 조웅전 자체가 당시 민중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있던 소설인지라 역사 문헌에도 언급이 되었고, 그 언급이 18세기 중반 이후로 올라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집필연대는 대체적으로 18세기 중반 정도에 집필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또한 사용된 고사성어나, 한문구 등의 난삽함을 미루어 보아 최초의 작가는 상당한 수준의 식자층이었을 것이라 추정된다.

2. 줄거리

중국 송나라 문제 때 충신 조 승상이 간신 이두병의 참소로 자살한다. 조웅의 나이가 일곱 살이었을 때 천자는 조웅을 궁중으로 불러들여 태자와 함께 지내게 한다.[1] 이두병의 권세는 날로 더해갔고, 태자의 나이가 겨우 여덟 살 때 천자가 죽는다. 이때 만조백관이 이두병을 황제로 추대하여 태자는 폐서인되어 유배된다. 조웅은 어머니와 함께 피신하다 월경 대사를 만나 산사로 들어간다.

세월이 흘러 조웅의 나이는 15세가 되었고, 웅은 비범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열다섯 살의 소년 조웅이 어머니와 이별하고 산을 내려온 지 반 년이 넘었을 때 웅은 한 노승에게 삼 척의 ‘조웅검’을 받고, 관산으로 가 철관 도사를 만나 병법과 술법을 익힌다.

조웅은 하산하여 모친을 만나러 가다가 위국공 장 진사의 집에 우연히 들려 장 진사의 딸 장 소저와 남몰래 혼인을 하고 훗날을 기약한다.[2] 조웅을 보낸 장 소저는 이 말 못할 하룻밤을 가슴앓이하다 그만 병이 돋쳐 죽는다. 조웅은 도사로부터 장 소저 집안에 변괴가 났다는 말을 듣고, 도사가 준 활약으로 장 소저를 소생시킨다.

이때, 서번이 위국을 침공한다. 웅은 위국으로 달려가 위 왕의 목숨을 구하고 서번의 장수들은 차례로 웅의 삼척검에 머리를 제공한다. 조웅은 원수가 되어 위 왕과 이별하고 태자를 구출하기 위해 남해 절도로 간다.

한편 강호자사가 장 소저에게 청혼하였다가 거절당하자 강제로 취하려 하고 일방적으로 혼인날도 정한다. 장 소저는 자결하려다 아버지의 유서를 떼어 보고 산양 땅 강선암으로 간다.[3] 조웅이 남해로 가던 중, 강호자사의 악한 행위를 꾸짖어 참하고 장 소저의 모친을 강선암으로 데려간다. 웅과 모친, 장 소저와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월경대사는 며칠을 즐겁게 보낸다.

조웅은 다시 태자를 구하러 길을 떠난다. 서번을 지날 때, 서번 왕이 지난번 치욕을 생각하고 월대라는 미인을 보내어 조웅을 유혹한다. 웅은 왕에게 미녀 월대의 머리로 답장을 주지만, 뒤이어 보낸 금련과는 인연을 맺어 데려간다.[4] 서번 왕은 치욕을 잠시 미루고, 조웅은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태자를 구한다.

웅이 태자를 모시고 되짚어 서번국을 지나칠 때 서번 왕은 태자를 유괴하고 웅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공연히 상투와 손가락 두 개만 없앤다. 웅은 연주, 함곡 등을 지나며 서번의 장수들과 몇 차례 교전을 치르며 위국으로 돌아온다. 위국에 돌아온 태자와 웅은 위국의 공주와 혼인을 한다.[5]

웅은 대사마 대원수가 되어 80만 대군을 거느리고 광음과 서주를 거쳐 군사들을 격파하며 황성으로 진격한다. 이두병과 그의 다섯 아들은 조웅에게 잡혀 이두병 이하 간신들은 능지처참되었으며 태자가 천자의 자리에 오르고 웅을 번 왕에 봉한다. 나라에는 다시 태평가가 울린다.

주인공 조웅이 히로인들과 혼인을 하기도 전에 성관계를 맺는 등 작품이 어느 정도 개방적인 성격을 띄고 있기에 인기가 많았다는 설도 존재.

3. 기타

예상 집필 연대가 병자호란 이후인지라 중화사상과 북방 이민족 배척사상이 작품 전반에 강하게 묻어있는 편이다. 그러나 정신승리류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것이, 청나라라는 단어만 안 나왔을 뿐 어딜 봐도 청나라인 나라를 작품 전반에 등장시켜놓고 엿을 먹이며 정신승리를 하는 박씨전에 비해 주인공부터가 한족 중국인이고 시대 배경도 조선시대에서 먼 시대를 삼고 있으며 최종보스는 결국 이민족이 아닌 한족 반역자인 것을 보자면 박씨전과 동급의 정신승리물로 보기에는 조웅전이 좀 억울할 수도 있다.

조선시대 고전소설이 다 그렇듯이 역사 고증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편. 일단 작중 송나라가 과연 어떤 송나라인지부터가 알 수가 없다. 주인공의 협력자로 위나라가 등장하고 송 문제가 등장하는 걸 보면 통일왕조 조송보다는 유송인 듯하나, 중간보스 격으로 등장하는 서번(티베트)이 문제. 유송 시대는 티베트가 중국 대륙을 위협할 정도로 자라나기 한참 전이었고, 그렇다고 통일 조송 시기에는 이미 한참 약체화된 이후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두 송나라 시대에 북중국에 자리잡고 있던 국가들[6]은 작중 위나라처럼 한족 왕조의 왕실 회복을 도와줄 만큼 한족에게 우호적인 국가들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작중의 송나라는 소중화 사상에서 받드는 한족 왕조를 형상화한 것이고, 서번은 이민족 왕조를 형상화한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 본래 조선 시대 소설에서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조송 아니면 명 둘 중 하나이기에 조웅전에 나온 송 또한 조송을 배경으로 썼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 유송은 왕조 교체가 심해 황위찬탈에 무덤덤해진 시대라 찬탈자를 응징하는 소설의 배경으로 그리 적당하지 않다. 당장에 유송은 사마씨를 철저히 박살내고 찬탈해 세워진 국가라 조선 유학자들이 곱게 볼 왕조도 아니었다.


[1] 태자와 조웅은 동갑이었고 의가 좋았다.[2] 조웅이 장 소저의 침실에 들어와 남몰래 성관계를 맺는다. 조웅은 다음 날 아침에 장 소저에게 정혼의 증표로 부채를 준다.[3] 강선암은 바로 월경 대사와 조웅의 모친이 있는 곳이다.[4] 금련은 위국의 여인이었다. 조웅은 금련의 사연은 들은 뒤 그날 밤 금련과 성관계를 맺는다.[5] 장 소저의 허락을 얻고 금련도 첩으로 삼아 2처 1첩이 된다.[6] 유송 시대의 북위. 조송 시대의 금나라와 몽골 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