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30 23:06:28

언어생득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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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
2.1. 생득적이라는 '언어능력'이란 무엇인가2.2. 생득적이란 무엇인가?2.3. 실증적으로 증명이 가능한가?
3. 흔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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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언어생득가설 / Innateness hypothesis

언어생득가설은 "인간은 언어능력을 생물학적으로 타고났다"는 가설이다. 생성 문법이 기반을 두고 있는 핵심 공리(axiom)[1] 중 하나이다. 촘스키의 초기 언어철학과 변형문법에서는 언어습득장치(LAD: Language Acquisition Device)로 지칭되기도 하였다.

2. 상세

2.1. 생득적이라는 '언어능력'이란 무엇인가

생성 문법에서 정의하는 언어능력은 다음과 같다. 생성 문법에서 '언어'는 말그대로 '언어능력'의 줄임말이다.
언어능력(Linguistic competence)
통사체 S1와 S2가 있을 때, 외부적 요인의 필요에 따라 S1와 S2를 병합(Merge)하는 재귀적 알고리즘
  • 통사체란, 엄밀히 정의되지 않고 연구자의 경향에 따라 단어[2] 혹은 형태소 이하의 단위를 최소통사체로 간주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병합의 결과도 통사체로 된다는 점이며, 따라서 병합된 결과물도 다시 병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 서술된 '병합'과 '재귀적' 참조.
  • 병합이란, 두 개의 작은 단위를 결합하여 새로운 단위로 만드는 인지적 능력이다. 이는 인간의 종특(종족특성, species specific)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인간만이 병합을 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가진다.
    • 한편, 인간의 종특이라는 점에서 병합과 착각되는 것은 '도구의 사용'이다. 땅에 떨어진 막대기를 주워서 높은곳에 있는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돌을 주어서 코코넛 껍데기를 깨는 등의 '도구의 사용'은 기존에 존재하는 단위에 새로운 기능(쓸모)을 부여하는 능력이다. '도구의 사용'은 인간만의 고유 능력이 아니고 원숭이나 특히 까마귀 등 조류에게서도 발견되는 능력이다. 한편 '병합'은 막대기에 돌을 연결하여 '돌도끼'를 만드는 등의 능력을 말한다. '돌도끼'는 '멀리있는 것에 닿는다' 라는 막대기의 특성과, 딱딱하여서 물건을 깰 수 있다는 돌의 특성을 병합하여 새로운 기능을 가진다.

  • 재귀이란, 과정 자체를 다른 과정의 일부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수학에서 함수를 인자로 갖는 함수인 고차함수 등이 재귀성을 잘 나타내는 사례이다. 또한 컴퓨터과학의 재귀함수 항목을 참고할 수도 있다.
  • 병합하는 재귀적 알고리즘이란, 병합의 결과물을 다시 병합 과정의 요소로 집어넣을 수 있는 메타적 과정을 말한다. 함수형 프로그래밍(Functional programming) 패러다임에서 종종 사용되는 ‘고차 함수(함수를 인자로 갖는 함수)’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 다시 돌도끼의 비유로 돌아와서 '병합이 재귀적이다'를 설명해보자. 앞선 사례에서 병합의 결과로 나온 돌도끼는 다시 병합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돌도끼가 '먼 곳에 있는 딱딱한 것을 깨는 도구'의 기능으로부터 '무기'로 기능변환을 한 다음, 이 무기와 훈련된 계급제를 병합하면 원시적 군대가 된다. 원시적 군대의 수준에 오면, 돌도끼를 구성하는 막대기 자체의 기능인 '멀리있는 것에 닿기'는 더이상 유의미하지 않다. 이것이 발전되면, 나무위키로 글을 읽는 지금 스크린의 각 화소들의 구성과 컴퓨터의 CPU, RAM, 그리고 인터넷 회선 등 수많은 고차원 병합의 결과물로 된다. '나무위키로 글을 읽는다'로 개념화하지, 화소를 인식하고 인터넷 회선으로 오가는 패킷을 늘 생각하지 않듯이, 인간으로서는 병합과 재귀된 병합은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 언어로 돌아와서 한국어에서 '가슴'은 단순한 통사체이지만 '크다'는 중요한 뜻을 갖는 '크-'와 문장을 끝내는 기능을 하는 '-다'가 병합된 결과이다. 그리고 한국어는 단순한 통사체인 '가슴'과 이미 한번 병합된 결과인 '크다'를 다시 병합해서 '가슴 크다!'를 생성할 수 있다. 즉, 병합에 병합을 한 것이다.

  • 외부적 요인이란, 인지-의도 접면부 (CI: conceptual intentional interface) 및 감각동작 접면부(SI: sensorimotor interface)를 말한다.[3]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크게 '생각'을 하거나 '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전자는 자기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 행위이고, 후자는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 행위다. 이 목적들을 수행하기 위해 언어는 한편으로는 CI, 다른 한편으로는 SI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여 '병합'을 진행한다. CI는 인간의 보편적 인지(즉, 과거에 대한 기억, 자유의지, 등 흔히 '생각'과 '감정'이라고 개념화되는 것들)를 말하고, SI는 수화나 발화 등 언어의 출력값이 최종적으로 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 여기서 많은 비전공자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비전공자들은 '언어는 소통의 도구, 그 이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소통은 언어 이외에 깃발이나 봉화 혹은 '눈치' 등의 수단으로도 가능하며 실제로 인간 외의 다른 동물들에서 소통을 위해 언어 이외의 수단을 사용하기도 한다. 촘스키에 따르면 생명체의 행위 중 '조작'가능한 부분을 '인지'할 수 있으면 그것은 잠재적으로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벌의 경우 어떤 모양으로 공중에서 날 것인지를 조작할 수 있고 다른 벌의 비행을 보고 그 모양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벌은 비행의 모양을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다시 말하면 벌은 8자 형태로 날 수 있고, 다른 벌이 8자형태로 나는 것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벌이 8자형으로 비행한다'가 벌 군집 사이에서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벌이 8자로 날아다니는 것에는 그 어떠한 병합도 재귀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예를 들자면 침팬지가 돌을 들어올리는 것을 통해 '위협'을 소통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침팬지는 돌의 위치를 조작할 수 있고, 또한 다른 침팬지가 돌의 위치를 조작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따라서 침팬지가 돌을 들어올리면 다른 침팬지는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4]

  • 외부적 요인의 필요란, 언어와 별개의 시스템인 CI와 SI가 독립적으로 요구하는 사항들을 말한다. 이것들은 언어 그자체가 아니고 주위 환경에 따라 패턴학습되는 대상이다. 반면 언어생득가설에서 언어는 학습되지 않고 '습득'된다고 구분한다.
    • CI의 요구사항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학의 영역이고 의미화용론을 제외한 형식언어학에서는 논증하지 않는다. 그러나 CI가 '기분'이나 '감정', '생각', 혹은 '주장'등의 요구사항을 언어에 전달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언어는 이러한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CI의 요구사항을 병합과 재귀를 통해 코드화(codify)해야 한다.
    • 한편 SI의 요구사항은 비교적 확실하다.[5]
      • SI의 요구사항 첫번째는 선형화이다. '나무'라고 입밖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절차를 선형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우선 ㄴ을 발음하기 위해 혀를 경구개에 놓고 성대를 진동함과 동시에 콧구멍으로 공기를 내보낸다. 그 다음 ㅏ를 발음하기 위해 혀를 경구개에 뗀 다음 턱을 내리면서 입을 벌린다. 이제 다시 ㅁ을 발음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혀는 제자리에 놓는다. 마지막으로 ㅜ를 발음하기 위해 입술을 둥글게 말고 혀는 입의 비교적 뒤쪽 상단에 위치시킨다.[6] 이러한 물리적 과정은 오직 입밖으로 말을 낼 때나 그것을 들을 때에만 유효하고 따라서 언어 외의 별도의 시스템을 구성한다. 마찬가지로 언어의 효과인 책 읽기나 '자기자신에게 속으로 하는 말' 등에서는, 이런 선형성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증거가 된다. 물론, '나무가 크다' 등의 문장이면 책을 읽을 때에도 '나무가'와 '크다' 사이에 선형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ㄴ', 'ㅏ' 사이에 선후관계가 존재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이러한 선형화 요구에 따라 언어의 결과물에는 반드시 선후관계가 부여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언어 그자체는 통사체 사이의 선후관계를 전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별로 어순이 다른것은 언어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이 아니고 다만 결과물에 선후관계를 부여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핵매개변인 참조.
      • SI의 요구사항 두번째는 생리적 한계이다. 생리적 한계가 무엇인지 말소리를 통해 생각해보자. '알아' 라고 발음할 때 ㄹ의 발음을 혀의 중간부분이 입천장을 살짝 친다고 해서 tap이라고 한다. 인간의 혀는 tap이라는 제스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ㄱ을 발음할 때 혀가 닿는 연구개에 대해서는 tap 제스처를 할 수 없다. velar tap 이라고 하는데 이 소리는 생리적으로 그냥 불가능하다.[7] 따라서 언어는 velar tap이 안 들어간 문장만 생성할 수 있다 아니더라도 한국어 화자라면 '뜗뺱쑊꾟' 등과 같이 인지는 가능하다 모든 자모음을 발화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것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언어는 이러한 음절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문장을 생성한다.

결론적으로 언어생득가설에서 주장하는 바로 그 외부환경에 따라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는 '언어능력'은, "재귀적으로 작은 단위들을 병합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재귀적 병합의 과정은 외부요인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충족하기 위하도록 구성된다.

2.2. 생득적이란 무엇인가?

생득적이라 함은 주변 환경을 패턴학습하지 않고 타고 난다는 의미이다. 생득적인 자질들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정상적 인간이라면 생애 첫 15년에서 20년동안 키가 자란다. 비행조류는 비행능력이 생득적이다. 연습하면 날 수 있다. 닭이나 펭귄 등도 조류이지만 생득적 비행능력이 없어서 연습해도 날 수 없다.

언어생득가설은, 언어 역시 이렇게 생득적이기 때문에 정상적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일한' 언어능력을 타고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언어생득가설의 따름명제(corollary)[8]는 "언어는 보편적이다"가 된다.

2.3. 실증적으로 증명이 가능한가?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자세한 내용은 생성문법 문서
번 문단을
선천적 언어습득 능력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언어능력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을 추구하는 생성문법의 최신 조류인 '생물언어학'(biolinguistics)에서는 언어생득가설을 유전체(genome) 수준까지 환원시키고자 한다.

3. 흔한 오해

  • 세계 언어들 사이에 어순 등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언어는 생득적이지 않다는 오해가 많다. 음성적 발화능력만을 언어로 치부하는 경향으로 보이며, 생성문법에서 정의하는 언어와 차이가 있다.
  • 음성적 발현인 FOXP2 유전자를 언어생득가설의 증명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단순히 언어학 비전공자들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일부 통사론자들도 이런 잘못된 인식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FOXP2는 노래하는새(singing birds)에게서도 발견되는 유전체이다. 또한 인간 집단에서 FOXP2가 결여된 개체는 어형성변화나 선형화에서 장애를 가질 뿐 언어능력 자체, 즉 병합과 재귀에는 어떠한 장애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FOXP2 유전체는 음성신호의 선형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9]

[1] 학문의 논리체계 구성을 위해 증명 없이 참으로 전제하는 명제[2] 어휘론자(Lexicalist)라고 불리는 경향[3] 2000년대 이전까지 발전된 형태의 생성문법을 학부 등에서 배운 사람이라면 여기서 PF와 LF를 생각하면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엄밀하게는 다른 개념이다. 특히 LF와 CI는 전혀 다르다.[4] 촘스키는 이를 논리적으로도 확장시켜서 "만약 인간이 체취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냄새를 통한 더 효율적인 소통이 가능했을 것이다."라고도 하였다.[5] 다수의 인간은 구화(발화)를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여기서 편의상 SI는 발화로 한정하여 서술한다. 물론 수화의 경우에도 동일하다.[6] 청취는 발화의 역순.[7] 한편, 설측 유성음으로 velar lateral tap이 인간언어에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첫째, Ladefoged and Maddieson (1996)에서는 뉴기니 지방의 언어인 Melpa어와 Kanite어에서 연구개 조음위치에서 설측 tap이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해당언어들에서는 연구개 설측 접근음이 모음 사이에서 출현할 때에는 20-30ms 정도로 짧은 조음지속시간만 가지는데, 이를 근거로 이 이음(allophone)의 조음방식을 tap으로 레이블링한 것이다. 즉, '알아'에서 ㄹ의 조음처럼 혀가 어딘가에 아주 짧게 접촉을 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모음 사이의 해당 자음의 지속시간이 접근음의 통상적인 지속시간보다 짧다는 관찰을 근거로 접근음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tap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Elugbe (1978)는 일부 나이지리아 언어에서 음소의 지위를 갖는 velar lateral tap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 주장을 교차검증할 수 있는 실증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8] 어떠한 명제가 참이라는 전제 하에 당연히 참이 되는 명제[9] 물론, FOXP2는 소화기관의 발달에도 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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