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2 15:15:36

악성 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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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발생 원인3. 나쁜 이유4. 처리5. 관련 문서

1. 개요

/ malignity stock[1]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서 생기는 재고. 판매사 입장에선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다.

2. 발생 원인

이유는 산업의 개수 만큼 여러가지라고 보면 된다. 산업의 형태에 따라 아이템의 크기와 무게, 단가 등의 특징이 상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악성 재고가 불가피한 시장이 있는 반면, 악성재고가 있어서는 안되는 시장이 있다. 전자의 경우의 대표는 의류업계이고, 후자의 경우는 식품 업계로 대변될 수 있겠다.

의류는 난이도가 매우 낮은 산업인데다,[2] 질이 크게 요구되지 않은 경우 생산량이 높아질 수록 규모의 경제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수요만 담보가 된다면 객단가가 매우 낮아질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제조 난이도가 쉬운 경공업에 속하기에 경쟁자나 공급망도 다채로우며, 따라서 항상 잔여재고가 남을 수 밖에 없다. 또한 직물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쉽게 썩거나 변형이 생기거나 하는 유통기한의 개념 자체가 없으며, 부피가 크거나 무겁지 않아서 운송비도 저렴하다. 이 때문에 의류 업계는 항상 수요를 다변화하여 수요를 증폭시켜야하고, 이에 극단적인 케이스로 존재하는 것이 동대문 시장이나 심지어 동묘시장 시장에서 볼법한 싸구려 의류가 유통될 수 있는 것이다.

식품 및 가공업은 산업 난이도 자체가 매우 높지는 않지만, 특별한 가공을 거치지 않은 한 유통기한이 길지 않으며, 부피도 다양하고 파손이 쉬운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거기다 사람은 무조건 매일 먹지만, 개인이 매일 무엇을 먹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렇듯, 수요 측정은 어려운데 반해 식품류가 재고로 쳐지는 순간 썩은 돈이 되어버린다.

이외 가장 대표적인 이유 중에 하나는, 출시한 상품 자체가 인기가 없어서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인 경우도 있고 위에서 언급한 대로 시장 조사를 잘못 해서 수요보다 공급량이 너무 많을 경우에도 생긴다. 그 외에도, 출시 당시에는 잘 팔렸는데 다른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판매량이 급감하는 경우도 생긴다.

A/S용 부품 자재(업계에서는 'CS자재'라고도 부른다)는 태생적으로 악성 재고가 될 가능성을 전제하고 만든다.

3. 나쁜 이유

기본적으로 경영학의 생산관리에서 재고의 존재는 필요악이고 최소화시키거나 만약 사라지게 할 수 없다면 비즈니스 유닛 밖으로 최대한 아웃소싱시키는 것을 바람직하게 본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재고비용 때문이다. 재고비용에는 감가상각이나 보관비(물건을 보관하는 창고 등의 임대료) 등 재고 항목 자체에 연관되는 비용뿐만 아니라 재고를 유발한 데 있어 들어간 리소스를 다른 쪽으로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입에 대한 포기, 즉 기회비용도 포함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진되지 않는 악성 재고는 큰 문제가 된다.

언뜻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응? 썩지만 않으면 언젠간 팔리지 않겠어? 시간을 두고 천천히 팔면되지~'라고 생각되어 간과할 수 있는데, 이는 큰 오산이다. 악성재고는 기업의 재무적인 '암 덩어리'이다. 일단 제품의 생산에 투입되었던 인건비와 원가는 고스란히 묶인 돈이 되어버린다. 이 돈이 풀렸다면 기업의 R&D에 투자하여 신상품을 개발했다거나, 인기상품의 안전 재고를 늘려서 회전율을 더 좋게 한다거나, 마케팅 비용으로 투자를 한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존재 할 수 있는데, 이 기회비용을 날려버리고 눈먼 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리적인 해악도 있다. 바로 '창고'. 생각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은 물류창고를 굉장히 타이트하게 운영한다. 창고 건설이나 부지 매입, 임대 비용은 기업에게 있어 무시못할 금액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물류창고에서 악성재고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그만큼 운용할 수 없는 죽은 공간, '데드섹터'가 되어버린다. 부피가 큰 건자재 기업같은 경우는 이런 경우 때문에 SCM(Supply Chain Management) 역량에 큰 투자를 하거나, 악성 재고를 극도로 적게 운용하고자 한다.

4. 처리

악성 재고를 처리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방법은 대표적으로 폐기와 클리어런스(Clearence), 끼워팔기(밀어내기)가 있다.

'폐기'는 말 그대로 악성 재고가 된 물품들을 폐기처분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상기한 원자재 비용이나 생산에 투입된 인건비 등은 증발하지만, 적어도 창고 부지에 점유하는 공간이라던지 관리 인력 손실은 막을 수 있다. 당연히 손해는 해당 기업이 다 떠안게 되기 때문에 사실상 최후의 방법이다. 폐기는 클리어런스(떨이)를 해도 반응이 시원찮을 경우에 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클리어런스'는 한국말로 속칭 '떨이(혹은 땡처리)'로 부르는 것으로서 발매가의 80~90% 가까이 할인을 하여 파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제작비도 남기기 힘들지만 폐기보다는 조금이나마 이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선호되는 방법이나, 이미 악성재고가 된 제품들은 가격적인 이슈를 제하고도(ex. 설계 미스로 인한 불량 등 기술적인 문제, 혹은 유행에 뒤쳐진 디자인 등 감성적인 문제 등) 안팔리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싸다고 쉽게 처분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모든 산업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끼워팔기도 처리 방법 중에 자주 등장한다. 제조사가 유통처에 제품을 공급할 때 신제품이나 인기상품의 판매 패키지에 악성재고 물품을 동봉하는 것이다.

쉬운 예로 완구류가 있는데, 영화나 만화의 캐릭터 상품들을 내놓은 뒤 이 만화나 영화가 종영되고 인기가 식어버리거나 발매 당시부터 제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인기가 없어 팔리지 못한 물품들은 당연히 악성 재고가 된다. 때문에 장난감 매장에서는 철 지나거나 인기가 없어 안 팔리는 완구류를 빨리 없애 버리려고 큰 폭으로 세일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유통처의 불만을 사기 쉽다. 아무리 단가가 싸다고 한들 사실상 손해를 떠넘기기에 가까우며, 대부분의 경우 이를 알고도 공급처의 권력이나 부차적인 알력 등으로 직접 항의를 할 수가 없기에 눈 뜨고 당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정도가 심해지면 대중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3] 그 횟수를 조절하거나 다른 미끼를 섞어서 최대한 덜 기분나쁘게끔 하는 경우가 많다.

5. 관련 문서


[1] 북미 영어 기준 실무적으로 통용되는 표현은 dead inventory.[2] 쉽게 생각해, 산업혁명이 방직기의 발명과 개량에서 시작되었다. 거기다 의류는 인류의 삶에서 필수재에 속해 꾸준한 수요층이 담보가 된다. 과거 한국도 그러했듯, 이 만만한 산업적 특성 때문에 개발도상국 등지에서 경공업 스타트로 가장 선호되는 산업이기도 하다.[3] 남양유업의 사례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