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04-03 22:21:18
세포자멸괴사(細胞自滅壞死, necroptosis) 또는 네크롭토시스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 괴사(necrosis)와 세포자멸사(apoptosis)의 양상을 모두 보이는 세포사의 일종이다. 엄연히 잘 조절된 일련의 과정에 의해 통제되어 발생하므로 세포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에 속한다.
세포자멸괴사가 괴사와 가지는 공통점은 세포 형태의 변화 양상이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세포자멸괴사 시 일어나는 세포의 형태 변화는 오른쪽의 세포자멸사보다는 괴사와 훨씬 비슷하다. 둘 사이에는 세포와 그 안 소기관의 부피가 늘어나는 종창(swelling), ATP 고갈, 활성산소종과 리소좀(lysosome)의 분해효소 방출로 인한 세포 내부 구조의 파괴, 세포막이 파열되어 인지질이 방출되고 미엘린상(myelin figure)을 이루는 등의 공통점들이 발견된다.
형태의 변화에서는 괴사와 공통점이 많지만, 세포자멸괴사가 일어나는 분자 단위 과정을 살펴보면 오히려 세포자멸사와 매우 유사하다. 세포자멸사와 마찬가지로 세포자멸괴사도 다양한 사이토카인(cytokine)이나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 같은 단백질들로 인해 고도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세포자멸괴사 역시 특정 리간드(ligand)가 수용체에 결합해야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한 정상적인 생리적 과정의 일부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세포자멸사에 관여하는 주요 효소인 카스파제(caspase)들이 세포자멸괴사에서는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억제된다는 점은 중요한 차이점이다.
세포자멸괴사와 세포자멸사가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것은 카스파제 8(caspase 8)의 활성화 여부이다. 세포자멸괴사는 카스파제의 발현이 억제되며, 따라서 카스파제 비의존적 세포예정사라고 불 수 있다. 카스파제 8의 발현이 모종의 이유(일부 바이러스 감염)로 인해 억제될 경우 RIP-1, RIP-3과 그 외의 TRADD, FADD 단백질이 결합한 necrosome 복합체가 형성되어 미토콘드리아에서의 ATP 고갈과 활성산소종 생성 증가를 유도한다. 이 두 변화는 세포가 괴사와 비슷한 형태학적 변화를 겪도록 하는 요인이다. ATP 고갈은 세포의 나트륨-칼륨 펌프(Na+-K+ ATPase) 작동을 멈추게 해 세포 안팎의 전해질 균형을 무너뜨려 나트륨 이온과 물의 세포 내로의 이동을 일으키고, 종창을 유발한다. 활성산소종과 자유라디칼의 증가는 단백질과 지질의 변성을 일으켜 세포막과 세포 소기관, 염색질을 파괴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포자멸괴사는 세포자멸사보다 파괴적인, 괴사에 가까운 세포사 과정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