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8 04:48:00

세계사 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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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3. 한국에서4. 주요 문구

1. 개요

Glimpses of World History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총리였던 자와할랄 네루가 식민지 시기 독립운동을 하던 중 영국군에게 체포되어 1930년에서 1933년까지 감옥에서 복역 중일 때 세계사를 알려주는 196권의 편지를 딸인 인디라 간디에게 보낸 것을 본인이 석방된 이후에 모두 합쳐서 엮어낸 책이다. 네루가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다보니 인도의 모국어인 힌디어가 아닌 영어로 쓰였다.

2. 특징

네루는 인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유학해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한 변호사였고, 같은 변호사 출신이었던 마하트마 간디와는 다르게 귀족적이고 영국의 진보적 사상에 영향을 강하게 받아 세속주의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주의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 곳곳에 불가지론의 합리성을 이야기하며[1], 공산주의가 성장하자 이를 두려워하는 자본가들과 결탁한 파시즘이 만연하며 두 세력 사이에 의회민주주의가 붕괴한다는 주장도 했다[2].

아무래도 인도 사람이 쓴 저서이다보니 한국에서는 흔히 접하기 힘든 인도이슬람 등의 제3세계 역사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게 특징이다. 이것은 책에서도 나오듯이 그가 학교에서 중요국가 각자의 개별 역사를 익히던 방식으론 '사람'이 무엇을 했고 왜 했는지 알 수 없다는 그의 역사관의 영향이 크다. 세계사를 배운 방식에 고고한 학자가 아닌 인도의 현실 정치의 중심이니만큼 당연히 인도의 이야기와 사고방식, 문제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다루며, 인도의 수많은 나라와 사상가 이야기 역시 많이 실려있는데 개중에선 구글링을 하면 한국어 웹에 잘 없는 정보도 많다.

또한 이 책에서는 당시 일제강점기 조선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데, 당시 아직 소녀였던 인디라 간디를 위해 3.1 운동유관순 열사의 독립운동을 극찬하며 일본도 영국이나 네덜란드, 프랑스 등 서유럽의 식민제국들과 다를 바 없는 제국주의 침략자라고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외에 아프리카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이전 아메리카,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설명은 근대와 대부분의 현대 역사서가 그렇듯이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시대적 배경에 겹쳐 학문적으로도 아시아보다 훨씬 소외받은 지방이다보니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사이드 쿠틉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와는 달리 서구를 맹목적으로 증오한 내용은 결코 아니다. 이 세계사 편력에서 네루는 "유럽의 위대함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어리석다. 그러나 아시아의 위대함을 잊어버리는 태도도 어리석다."라고 기술했다.

3. 한국에서

한국에서 세계사 편력이 출간된 1990년대 후반부터 베스트셀러였지만 2010년대 오면서 판매량이 매우 줄었는데, 2017년 알쓸신잡에서[3] 유시민 작가가 이 책을 언급하자 정재승 교수는 가장 감명깊게 봤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소개한 뒤, 방송중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오면서 이후 판매량이 원래보다[4] 106.8배가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5]

덕분에 2017년 이후 다시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들어섰다. 현재 웬만한 서점의 인문파트/역사파트 서가에 가면 이 책이 맨 위에 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주요 문구

사랑하는 딸에게.
만일 네가 과거를 알려고 하면 동정심과 이해심을 가지고 과거를 보아야 한단다. 옛날에 살던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너는 그들을 에워싼 환경과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사상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역사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일은 역사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일이다.
무지는 변화를 두려워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거울이 되는 것이 바로 역사란다.



[1] 한 예로 무굴 제국의 황제인 악바르 대제를 만난 포르투갈 가톨릭 선교사가 악바르 대제를 가리켜 "그는 무신론자답게 신앙보다 이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기술한 내용을 가리켜 "그것이 무신론자의 정의라면, 우리한테는 무신론자가 많을수록 좋다."라고 비꼬았다.[2] 매우 정확한 통찰로 실제로 역사에서 히틀러와 일본 군국주의의 발흥이 바로 그런 동기 때문이었다.[3] 알쓸신잡의 시청자의 학력이 높다보니 다른 프로그램보다 이프로그램에 책이 나오면 판매량이 엄청나게 급증하는 게 다반사였다.[4] 방송 전 45일간 동안 36권밖에 안 팔렸다.[5] 알쓸신잡에서는 시즌 1의 8화 막바지에 출연진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듯,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주어지는 지식을 당연한듯이 받아들이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자'는 것이라며, 마찬가지의 이유로 '세계사 편력'이 잘 팔린다는 소식에 '그것 말고 더 자기한테 맞는 게 있을 텐데'라며, 생각하길 바랐다고 밝힌 바 있다.